올해도 벌써 반이나 지나갔다는 생각에 뭐라도 목표를 세워보자 하다가 쓰는
나는 늘 뭐가 되고 싶었다. 뭐가 되고 싶은지는 잘 기억이 나지가 않지만 늘 뭔가가 되고 싶어 했다. 서른다섯이 된 지금에서야 과거의 내가 왜 그렇게 무언가가 되고 싶어 했는지 궁금해졌다. 최근 어떠한 대화의 끝에 그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나는 나에게 ‘너는 왜 그렇게 뭐가 되고 싶었냐?’라고 물어봤다.
나는 “내”가 되지 못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여기서 말하는 “내”는 ‘나의 존재’ 같은 개념이고 사람들은 자존감, 자기 존중감 같은 단어로 이 개념을 이야기했다. 사실 ‘내가 된다’라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 나 그리고 어떠한 존재는 태어남과 동시에 존재 그 자체만으로 ‘되어 있는’ 존재인기 때문에 어떠한 노력이나 그로 인하여 타인의 인정 같은 무엇이 애초부터인 불필요한 것이기 때문.
하지만 어렸을 땐 내가 나로서의 존재를 몰라서 늘 누군가의 무언가가 되고 싶어 했었다. 우습지만 대기업 사원증을 목에 걸면 그것이 무엇이 되는 줄 알았고, 내 분야의 최연소 여성 본부장 같은 걸 삶의 목표랍시고 꿈꾼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알았다. 이제 나의 삶의 목표는 누군가의 무엇이 되는 게 아니라 이제라도 내가 되는 것임을. 그리고 다짐했다. 어떤 것을 뛰어나게 잘하지 않아도- 그로 인해 누군가들에게 인정을 받지 않아도- 그냥 나는 내가 되는 것에 집중할 것임을. 여력이 있으면 내가 생각해도 조금 더 나은 내가 되는 데에 노력하며 살아 나갈 것임을. 35살 하고 반절을 살고 알게 되었다. 35살부터 시작하는 금쪽같은 나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