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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라면 Oct 03. 2018

그렇게 퇴사를 결심했다.

(부제:고양이를 가장 쉽게 가두는 방법)

 퇴사는 어렵지 않았다. '그만두겠습니다-' 하고 60일이 지나고 종이에 싸인을 받고 노트북을 반납하니 퇴사가 끝났다.


 처음 생각한 퇴사는 아니였다. 몇 번의 기회(?)와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팀장님, 가족들의 위로를 가장한 만류로 퇴사하지 못했다. 근데 막상 퇴사를 하고 보니 '이렇게 쉬운데 왜 나는 더 빨리 퇴사하지 못했는가?' 라는 의문이 생겼다.

일본의 고양이 전문 블로그인 'guremike'가 진행 한 고양이 행동 실험 http://guremike.jp/photo/1409161211.html
퇴사, 얼마나 쉽게요?


 예전에 "고양이를 가두는 매우 쉬운 방법" 이라는 실험을 봤다. 거실 바닥에 흰색 원을 그렸다. 그러자 고양이는 그 원 안에 쏙 들어가 나올 생각을 않는다. 벽도 아니고 아닌 그냥 바닥에 그린 선일 뿐인데도 말이다.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내 발로 걸어들어간 그 원에서, 내가 만들어 놓은 그 틀에서, 나가지도- 깨트리지도- 못하고 그 안에 (빌빌거리고) 있는 내 모습 같았다. 그 누구도 "이 원 안에서 나가지마-" 라고 한적도 없었다. 결국엔 내가 내 스스로 만든 틀(예를 들면 못해도 3년만 버텨야지, 대리는 달고 나가야지,남들도 다 버티는데 나도 버텨야해 등)에 내가 갇혀버린거다.



근데 그게 무슨소용이었을까 싶다. 그냥 내가 딱 죽을 것 같은데. 대리가 무슨 소용이고 버텨서 뭐할건데?


 어느 날 '이 원을 나가도 죽진 않을거야-'라는 일종의 확신같은게 들었고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퇴사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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