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의 안내를 받으며 한 호사스런 미국여행
여행을 가기 전에 그 여행지에 대한 공부는 필수이다. 며칠 동안 머물러야 하는지, 꼭 봐야할 장소는 어디인 지 미리 공부를 해야 후회 없는 여행을 할 수 있다. 미국 여행안내는 두 아들이 맡기로 했다. 3년 정도 미국에 살았으니 주인의식을 가지고 여행을 리드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서부 여행은 큰 아들과, 나이아가라 폭포 여행은 작은 아들과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시카고에서 3일을 머문 후 큰 아들과 미국 서부을 여행을 하기로 했다. 여행코스를 잡고 호텔과 비행기 표를 미리 예약했다.
시카고는 큰아들 학교가 있는 미시간 Ann Arber와 작은 아들의 학교가 있는 일리노이 어바나 샴페인의 중간지점에 있다. 추수감사절이나 봄 방학 등 몇 일간의 휴일이 있을 때는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도시, 시카고에서 도시를 느끼고 쇼핑하고 놀았다. 시카고는 그들의 놀이터이고 휴식처였다. 두 아들은 서로 상의하기도 하고, 때로 경쟁하며 시카고 볼 만한 여행 코스와 맛있는 집을 잘 안내했다.
시카고는 바람의 도시이다.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빌딩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휙 지나간다. 시카고는 화마가 휩쓸고 간 아픈 기억을 딛고 현대건축이 꽃을 피운 곳이다. 1871년에 일어난 대화재(Great Chicago Fire)로 도심의 반 이상이 소실되었고, 폐허가 된 땅은 신진 건축가들에게 새로운 무대였다. 100년이 넘는 건축사를 엿볼 수 있는 개성 있는 건물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이러한 건물들을 볼 수 있는 시카고 강의 건축물 크루즈 투어는 인기가 있다. 옥수수 모양의 쌍둥이 빌딩 '마리나 시티', 고풍스런 시계탑이 있는 르네상스 풍의 '리글리 빌딩',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의 돌조각이 박혀있는 '트리뷴 타워' 등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시카고야경을 볼 수 있는 '존헨콕 센터' 94층에 올랐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시카고의 멋진 건물들, 시카고 강, 미시간 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일몰과 함께 하나둘씩 드러난 불빛은 황홀한 야경을 만들어낸다. 시카고 야경과 와인은 나의 시카고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장식된다.
시카고 여행 후 작은 아들은 공부 스케줄 때문에 일리노이로 돌아갔다. 큰아들과 서부여행은 출발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여행안내를 전혀 관여하지 않고 스스로 하도록 지켜봤더니 출발 전 계획과 노선을 철저하게 짜지 못해 우왕좌왕 했다. 비행기 출발 시간도 제대로 체크하지 않아서 공항 가는 길에 비행기가 출발할 판이었다.
결국 라스베이거스를 거쳐 LA로 가는 비행기를 놓쳐버렸다. 그날 LA가는 비행기가 없어서라스베이거스에 가서 먼저 관광한 후에 LA로 가기로 결정했다. 여행지 순서를 바꾸면 되었지만 문제는 미리 예약해 논 LA의 호텔이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을 해서 취소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전화를 수도 없이 하며 가까스로 취소를 했다. 아들이 공부하느라 제대로 확인을 못했다지만 신중하지 못한 아들의 여행계획에 실망을 많이 했다. 공부할 때도, 나중에 취직을 해도 그렇게 많은 허점을 보이면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다고 좀 싫은 소리를 했다. 아들도 모든 일에 더 철저히 임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는 듯 했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니 찜질방에 들어간 것처럼 뜨거운 열기가 온 몸을 감쌌다. 놓친 비행기와 호텔 취소하며 쌓인 스트레스로 이미 지쳤지만 호텔을 예약하고 여행할 곳을 확인했다. 라스베이거스는 호황기가 아니면 호텔 값이 굉장히 싸다. 독립기념일 같은 휴일에는 호텔비가 4~5배는 뛴다고 한다.50불 정도에 꽤 큰 호텔에 투숙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그랜드 케니언과 쇼 2개 정도를 보고 시내 호텔 투어를 하기로 했다.
그랜드 케니언은 한국 여행사에 의뢰해 다른 한국인 팀에 합류해 갔다. 그랜드 케니언은 South Rim, North Rim 미국 국립공원과 West Rim 인디언 보호구역이 있는데, West Rim Hualapai(후알라파이) 인디언 보호구역(Hualapai Reservation)으로 갔다. 미국이 서부를 개척을 해 가면서 그랜드 케니언 서쪽을 인디언 보호지역으로 정해 놓은 곳이다.
그랜드 케니언은 세계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대협곡중의 하나이고 20억 년 동안 비와 바람이 만들어낸 위대한 자연이다. 콜로라도 강이 콜로라도 고원을 가로지르면서 급류에 깍이고 고원이 융기하는 대변화를 겪으면서 형성된 것이다. 깍아 지른 듯한 절벽, 다채로운 색상의 단층, 높이 솟은 바위산과 형형색색의 기암괴석, 그리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콜로라도 강과 어우러져 장엄한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놀라운 광경 앞에서 인간은 그저 조그만 점일 뿐이었다. 새라면 훨훨 날아 구석구석 날아다니며 보고 싶었다.
헬기를 타고 콜로라도 강까지 내려갔다. 가는 동안 조종사는 일부러 벽에 가까이 가기도 하고 헬기를 기우뚱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절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자연이 만들어 논 절경 앞에서 뭐라 표현 할 말이 없었다. 놀랍고 위대하다는 그 흔한 표현밖에는…….그리고 그 자연을 소유한 미국이 부러웠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호텔들은 저마다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호텔 외관이나 내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호텔 벨라지오의 분수쇼나 The Mirage의 볼케이노 분수 쇼는 놓치면 안 되는 장면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본 인기 좋은 쇼도 멋진 호텔도 그랜드케니언과 비교하면 정말 하찮은 인간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LA까지 가는 교통수단은 비행기 말고는 좀 쉽지가 않았다. 우연히 만난 한국인에게 정보를 들어 한국인이 운행하는 미니버스를 타고 LA까지 저렴하게 갔다.
LA사는 친구는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국제운전면허증이 통용되지 않으니 차 렌트도 할 수 없다고 별로 반갑지 않은 정보를 주었다. 인터넷 검색해보니 할 수 있다, 없다 반반의 의견이 있어서 그냥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LA여행은 대중교통으로 어렵다고 하지만 스마트 폰은 역할을 톡톡히 안내를 잘 해냈다. 볼거리, 먹거리, 대중교통수단 정보까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다알려주었다.
DisneyConcert Hall, Holly Wood, Universal Studios, Getty center,Beverly Hills등 좀 느리지만 가고 싶은 곳은 4박5일 동안 모두 다녔다. 심지어는 기차타고 San Diego까지 다녀왔다.미국 서부여행은 LA가는 비행기를 놓쳐 좀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 후에는 아무문제가 없이 순조로운 여행을 했다. 아들은 여행지 한 곳 한 곳 갈 때마다 신중하고 철저하게 공부하고 안내했다.
작은 아들과 함께 큰 아들 학교 미시간을 들러 나이아가라 폭포 쪽으로 갔다. 차를 렌트해서 아들이 대중교통을 검색할 일은 없었지만 여행계획을 짜고 내비게이션을 잘 읽으며 길을 인도하도록 했다.
나이아가라 폭포 가까이 가니 폭풍이 이는 소리가 난다. 나이아가라는 원주민 말로 ‘천둥소리를 내는 물기둥’이라는 뜻이다. 강이 미국과 캐나다를 갈라놓고 있고 강 사이에 두고 미국과 케나다의 Niagara Falls라는 두 도시가 마주하고 있다. 레인보우라는 다리를 건너면 미국과 케나다를 오갈 수 있다.
강물이 온 대지에 넘실거렸고, 강물이 급속하게 절벽으로 떨어지면서 하얀 물보라와 예쁜 무지개를 만들어 냈다. 다시 솟아 오른 물보라는 바람이 가는 방향으로 소나기를 만들어 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미국 쪽에서 흘러오기 때문에 케나다 쪽에서 보는 것이 훨씬 멋있다고들 말하지만 양쪽 다 나름대로 멋있다. 주차나 보트를 타는 일은 캐나다 쪽이 더 붐비고 미국 쪽이 한가하고 저렴하다.
보트를 타고 폭포 앞까지 가기 위해 머리부터 거의 발목까지 덮을 수 있는 파란색 비옷을 입는다. 보트를 타면 위에서 볼 때와는 또 다른 경치를 볼 수 있다. 폭포가 더 웅장해 보였고 물은 무척 맑았다. 보트가 폭포 최대한 가까이 다가갔다. 사진을 찍고 나니 소나기 같은 물보라가 우리를 덮쳐 더 이상 가까이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물에 젖은 생쥐 꼴이 되었고, 잠시 동안 눈을 뜰 수조차 없을 정도로 폭포가 만들어낸 비바람이 몰아쳤다. 폭포의 모습은 정말로 웅장하고 멋있었고, 현실 같지가 않았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루소의 ‘자연을 따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잠시 숙연해졌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그랜드캐니언에 이어 또 한 번의 감동을 주었다.
아무 준비 없이 떠나는 여행도 충분히 매력이 있지만 잘못하면 시간낭비를 할 수도 있다. 여행지에 대해 충분히 알고 가는 게 더 자유롭고 여유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준비한 덕에 더 알찬여행을 할 수 있었다. 두 아들은 미국 여행에 가이드 역할을 하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해낸 것 같다고 했다. 공부하고 계획해서 찾아다니는 여행을 하며 여행 그 이상의 기쁨과 성취감을 느꼈다고 만족해했다. 함께 한 미국여행은 두 아들의 남은 대학생활 동안 좋은 활력소가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