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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Jan 18. 2024

짜장밥 효과?

짜장면도 외식이었던 라떼 시절 이야기

안녕하세요?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돕는 Kay 작가 김우재입니다. 오늘은 ‘라떼는 말이야’ 시절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수학여행, 극기훈련 같은 단체 여행을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당시야 말로 정말 라떼시절이었지요. 형편없는 숙소에서 형편없는 식사를 했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같이 가는 여행이었기에 그리도 신났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돈을 내고 어떻게 그렇게 다녀왔나 싶습니다. 정말 맛없는 식사에 다들 불만들이 많았는데요, 숙박시설에서 퇴소하는 날 나오는 마지막 점심메뉴는 대체로 화려(?)했던 기억이 납니다. 짜장면도 외식이었던 시설, 평소에 먹기 힘든 짜장밥이 식사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다들 환호하면서 두 그릇, 세 그릇씩 먹고 뿌듯했었지요. 비록 고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半 비건(Half-Vegan) 짜장이었지만, 따뜻한 밥 위에 먹는 짜장은 그야말로 천상의 음식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들은 귀향하는 버스 안에서 매우 행복했었습니다.



지나친 음모론이겠지만, 많은 단체여행에서의 퇴소날 점심식사 메뉴는 정교하게 설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라떼 시절의 단체여행 기준입니다) 제가 숙박시설의 사장이라도 퇴소날 점심은 맛있는 음식으로 선정할 것 같은데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 숙박시설은 가격대비 시설이 좋지 않기 때문에 여행이 끝난 후 클레임을 받기 쉽다.

2. 클레임을 받으면 다음 해에도 같은 학교 학생들의 수학여행에서 숙박시설로 선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
3. 더구나 원가절감을 위해서 저렴한 식재료를 많이 사용했기에 식사에 대한 클레임까지 나올 수 있다.

4. 퇴소날 마지막 메뉴만큼은 맛있는 음식으로 선정해서 좋은 기억을 남기자.






위의 논리가 잔머리 같겠지만, 심리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학습을 하다 보니 분명 그럴싸한 이유가 있는 논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위의 논리가 그럴싸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점화효과(Priming effect)
점화효과는 신경과학 및 심리학에서 앞서 접한 정보가 다음에 접하는 정보의 해석ㆍ이해에 영향을 주는 심리 현상입니다.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실험이 있는데요, ‘플로리다 효과(생각에 관한 생각 / 다니엘 카너먼)’라고 명명된 현상에서는 노인과 관련된 단어를 본 사람들의 걸음속도가 다른 그룹의 사람들에 비해 느려지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즉, 짜장밥에서 오는 행복한 심리상태가 결국 숙박시설 전체에 대한 만족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최신효과(Recency effect )

최신효과는 사람들이 어떤 대상에 대한 평가나 판단을 내릴 때 시간상으로 가장 최근의 정보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이론입니다.  위의 예시에서는 숙박기간의 많은 식사 중에서 굳이 제일 마지막 식사를 짜장밥으로 선정했는데요, 가장 마지막에 먹은 식사의 기억이 제일 오래 남기 때문입니다.



짜장밥 얘기를 참으로 길게 풀어썼는데요, 심리학은 저 하늘의 뜬구름처럼 우리와 전혀 관계없는 얘기가 아니라 생활과 업무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회의 주제의 순서배치도 위의 효과들을 염두하고 설계한다면 조금은 다른 결과를 도출해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구성원과의 대화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채용면접에서도 심리학의 여러 요소들을 활용하면 더욱더 적합한 지원자를 추려내기 쉬울 것입니다.



물론 위의 점화효과와 최신효과는 절대적이 아닙니다. 처음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알게 된 정보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초두효과(Primacy effect)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우리의 심리에는 수많은 효과(Effect)와 편향(Bias)이 존재합니다.



우리의 심리에는 수학공식 같은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의 일상에서 상황에 따라 심리학의 여러 기법들을 잘 활용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Kay 작가(김우재) / 출간작가 / 리더십 / 조직문화

https://www.linkedin.com/in/kay-woojae/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그리고 컨설팅펌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으로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돕습니다.

★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에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대한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나는 팀장이다' (공저)  / 플랜비디자인 2020년 / 7쇄 / 대만출간

★ 네이퍼카페 "팀장클럽", 가인지 캠퍼스, 코치닷, 두들린에 정기 연재

★ 카카오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브런치)

★ 러닝스푼즈 리더십 강의 진행

★ 다수의 기업 및 기관의 다양한 HR 프로젝트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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