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왜 이 공식이 성립될까요?
안녕하세요?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돕는 Kay 작가 김우재입니다.
오늘은 비 오는 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비가 오면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짬뽕에 소주 한잔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라떼 한잔이 생각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비가 오면 부침개가 생각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 오는 날 퇴근길 마트에 들러보면 많은 분들이 막걸리를 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저의 장바구니에도 막걸리가 담겨있습니다. 다들 서로의 장바구니를 보면서 저 집도 오늘 부침개를 해 먹는구나라는 묘한 동질감을 느낍니다.
왜 우리는 비가 오는 날이면 부침개가 생각이 날까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비 오는 소리와 부침개가 기름에 익어가는 소리가 거의 유사하다고 하지요. 빗소리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부침개 익는 소리로 인식이 되고, 자연스럽게 부침개가 떠오르게 됩니다. 저도 이 설에 매우 공감합니다. 정말로 소리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 오는 날= 부침개'라는 공식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녹아들어 있는가 봅니다.
저는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 녹아들어 있는 공식들을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문화라고 하면 너무 범위가 넓기 때문에 기업으로 범위를 좁혀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직문화입니다.
저는 많지는 않지만 서로 다른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들을 경험했습니다. 조직문화가 특히 잘 드러나는 부분은 아마 회의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했던 회의’들’에 대해서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그리고 제가 말씀드리는 회의는 최소한 임원급이 참석하는 회의입니다.)
1. 한 편의 연극 같았던 회의
A회사에서의 회의는 엄청난 무게감이 있었습니다. 시간/장소 및 참석자의 철저한 공지는 당연하였고, 회의자료는 엄청난 퀄리티를 요구했습니다. 다양한 그래프와 분석자료가 필요했습니다. 한 번의 회의를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리소트가 투입되었습니다. 회의자료가 최종 확정되면 그 누구도 내용을 수정할 수 없었습니다. 회의는 사전에 대본 연습을 한 듯 흘러갔습니다. 회의자료의 내용을 보면서 주로 상의하달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리더의 지시를 다들 바삐 받아 적고, 그 지시는 즉시 이행되었습니다. 토의보다는 최고경영층의 지시를 하달하는 자리였습니다.
2.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것 같았던 회의
B회사에서의 회의는 A회사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일단 사전통보가 전혀 없습니다.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갑자기 한 시간 정도 후에 회의를 실시한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심지어 주제도 한 시간 전에 알려줍니다. 물론 현재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 계속해서 팔로우업을 하고 있긴 하였지만, 갑자기 회의자료를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회의의 내용은 진행상황 점검이지만, 주로 깨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정해진 회의진행룰보다는 이슈에 따라 컨퍼런스콜이 실시되기도 하며, 다른 담당자가 급히 호출되어 참석하기도 하였습니다. 필요에 따라 불규칙하게 소집되는 회의였고, 핵심이슈에 대해서 빠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자리였습니다.
3. 난상토론장 같았던 회의
C회사는 A, B와 달리 다른 회의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A회사와 같은 회의도 있긴 했지만, 극히 일부였습니다. C회사는 고객사들의 다양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야 했기에 수시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사전에 회의를 공지하기는 하나, 타이밍이 빨랐습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 관련 리더 및 상위리더가 참석하였습니다. 회의의 주도권은 가장 상위리더가 아닌 실무자 혹은 실무팀의 리더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해결책이 도출될 때까지 정해진 종료시간은 없었습니다. 상의하달이 아니라 모두가 동등하게 해결책을 도출하는데 참여하는 자리였습니다.
‘회의’라는 두 글자에서 각 회사별로 연상되는 이미지들이 전혀 다릅니다. 마치 공식처럼 말이죠. 그래서 서로 다른 회사의 사람들과 소통할 때나 경력입사자가 새로운 조직에 온보딩할 때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회사에서는 회의란 일상적으로 빠르게 해결책을 도출하는 자리일 수도 있지만, 어떤 회사에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한 편의 연극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조직문화란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볼 때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연상되는 공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회의라도 회사별로 다른 공식이 적용됩니다. 그리고 그 공식의 대부분은 리더가 만듭니다. 물론 구성원들도 만들 수 있긴 하나, 리더처럼 강력하진 못합니다.
얼마 전 조직문화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진 분께서 "조직문화의 90%는 리더십"이라고 쓰신 글을 보았습니다. 저도 강력하게 동감합니다. 그분의 글을 읽고 예전 회사들에서 겪었던 회의문화들을 생각하니 역시 조직문화의 Key는 리더십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서의 A, B, C 회사의 회의는 가장 상위리더가 어떤 역할을 하고 또 어떻게 위임을 했느냐에 따라서 달랐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조직문화의 형성을 위해서 저는 더더욱 리더십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