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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말고, 이야기하세요.

말하기와 글쓰기는 같습니다

by Kay

안녕하세요? 글쓰기를 돕는 Kay작가, 김우재입니다. 글쓰기에 관한 글쓰기로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은 말하기와 글쓰기의 '차이점'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말을 잘하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모임에서 한 사람씩 번갈아서 발표를 할 때도 의외의 말솜씨로 좌중을 휘어잡는 분들이 계십니다. 평소 말수가 적어서 발표를 잘할 수 있을까 하고 했던 걱정이 참으로 무색합니다.



조직의 회의에서도 말솜씨가 좋으신 분들이 넘쳐납니다. 특히나 위치가 올라갈수록 말하기의 양이 엄청나게 증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회의의 8할 이상을 혼자 차지하는 리더도 많습니다. 실무자일 때는 듣기 평가하듯 리더의 말에 귀만 기울이더니, 리더가 되니 연설가가 된 듯합니다. 상위리더가 되어갈수록 말하기보다 듣기에 집중해야 하는데요, 이 부분은 리더십에 관한 내용이니 다른 글에서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전부는 아니지만 이렇게 말솜씨'만' 좋은 분들의 특징이 있는데요, 말하기와 글쓰기가 분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한 ‘글’이 없습니다. 그저 머리에서 생각한 대로 말이 나오지요. 그래도 말이 끊기지 않고 많은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긴 합니다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그들의 말에는 맥락이 없습니다.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논리적인 구조나 서사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듣는 사람들의 뇌리에는 뭔가 말은 많이 들었는데 무슨 말을 들었는지 전혀 정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마치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데 갑자기 춘천도 들렀다가 전주도 가는 격입니다. 서울에서 경부선을 타고 바로 부산으로 가면 되는데, 가는 도중 경유지가 발생합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말이지요. 경유지에 도착해서 계획에도 없는 일정을 만듭니다. 원래 목적은 부산으로 가서 꼼장어구이를 먹는 것인데, 가는 길에 갑자기 춘천에 들러 닭갈비를 먹고, 또 전주에 들르더니 비빔밥을 먹습니다. 언젠가는 부산에 도착해서 꼼장어구이를 먹을 수 있겠지만, 언제가 될지는 불확실합니다. 과연 부산에 도착이나 할 수 있을까요?



간혹 모임에서 발표까지는 아니지만, 소감정도를 말하는 데 종이로 미리 내용을 정리해서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분들의 말씀을 잘 들어보면 놀랍게도 구조화되어 있고, 구조 덕분에 듣는 사람들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말할 내용에 대해서 미리 글로 작성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렇게 차이가 큽니다.






저는 말하기와 글쓰기는 결국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우리에게 눈과 귀로 동시에 전달되느냐, 눈으로만 전달되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눈과 귀로 동시에 전달할 때는 제스처나 억양, 애드리브 같은 특수효과가 가능하기에 많은 사람들은 글쓰기보다는 말하기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특수효과를 더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그림정도지요.



글을 쓰기 어려운 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말하기와 글쓰기를 별개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글을 쓰려고 하면 시작부터 막힙니다. 말은 쉽게 하는데, 글을 쉽게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청산유수의 말솜씨를 가진 분들도 발표할 내용을 글로 정리해 달라고 하면 매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런 글솜씨가 없는 제가 수백 편의 글을 써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습니다. ‘글’을 쓰려고 하면 매우 힘들지만, ‘말’을 하듯이 글을 쓰면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저에게 글쓰기 코칭을 받으시는 분들께 제가 강조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글을 쓰지(write) 말고, 이야기(speak)해보세요.



저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제 앞의 누군가에게 얘기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습니다. 말을 하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쓸 때 바로 앞의 누군가에게 설명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의 말에 매우 집중하는 그분을 위해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천천히 손가락으로 작성할 뿐입니다. 글쓰기는 말하기와 다르거나 어려운 행동이 아닙니다. 그저 표현하는 방식이 약간 다른 한 몸입니다. 글을 쓰지(write) 말고 이야기(speak)하게 되는 순간부터 정말 편하게 이야기(write)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김우재 Kay작가 / 출간작가, 글쓰기 코치

- '나는 팀장이다.' (2020.02.20. / 플랜비디자인 / 공저 / 7쇄 / 대만 출판)

- SK하이닉스 사내 내부망 칼럼기고 (2020.04.)

- HR인사이트 칼럼기고 (2020.05.)

- HahahaHR.com HR칼럼 정기연재(2024.01. ~ )

- 팀장클럽 정기연재 (2023.08. ~ )

- 가인지캠퍼스 뉴스레터 필진작가(2024)

- 강의: 러닝스푼즈, ENKI, 한국학중앙연구원, 패스트파이브, OO시 경제인연합회, 남유FNC, 바르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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