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해고 통보를 받은 지 약 3개월 동안 용케도 쓰러지지 않고 잘 버텨 온 것 같았습니다. 2년 전부터 갈고닦은 글쓰기는 저에게 강의와 기고라는 작지만 소중한 사이드잡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주직장, 즉 메인잡에서 내몰렸을 때 저에게는 유일한 소득 창출원이었습니다.
운 좋게도 여기까지 왔으나, 이제 다음이 없었습니다. 강의는 메뚜기 한철이었고, 면접도 한 번 보았지만 장렬하게 전사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대리운전이나 야간배송을 하기에는 구직을 하는 입장에서는 좀 더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주 분야는 HR입니다. HRM(인사관리), HRD(인재양성), 강사 등 HR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추가로 일반 총무 기획과 운영을 직접 담당했었고, 대기업이다 보니 총무와는 별도의 팀에서 복지제도 기획과 운영을 했습니다. 특히 대기업의 계열사와 스타트업에서 초기 단계의 HR 시스템을 구축했던 경험은 저에게는 큰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4말 5초의 시니어인 저에게 저의 업무에 부합하는 포지션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경력, 사실상 나이로 1차 필터링되기에 하루 종일 구인 공고를 보고 있어도 별다른 소득은 없었습니다.
이런 저에게 한 지인이 여러 가지 어드바이스를 해 주었고, 저는 저의 직업관을 리빌딩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다시 풀타임(Full-time) 잡을 찾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직장으로만 살아왔기에 그 길 외에는 다른 길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습니다. 더 정확히는 잘 몰랐기에 생각을 할 수조차 없었지요. 하지만, 직장인들이 평균적으로 퇴사를 하게 되는 49.3세 즈음에 다시 새로운 직장인이 되기 위한 기회는 당연히 (거의) 없다고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마침 저는 써치펌에서 일하는 헤드헌터 지인들을 몇 분 알고 있었습니다. 헤드헌터라는 직업에 대해서 HR출신인 저는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는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드헌터를 하면서 비정기적으로 강의까지 병행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결국 저는 지인이 대표로 있는 써치펌에서 헤드헌터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제가 HR LEAD였을 때 헤드헌터로부터 인재 추천을 받아보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더 과거에는 제가 실제로 헤드헌터의 제안으로 이직에 성공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업무의 프로세스는 알고 있었기에 큰 무리 없이 온보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 착각이 깨지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터널 속으로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