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일주일 앞두고 돌아본 삶은 미세먼지 가득한 저녁 초승달 같았다. 별 볼일 없었다고.
해 뜨기 전 출근하고 같은 색의 하늘 아래 퇴근하고, 다크서클은 짙어지고. 주름이 늘어나는 동안 회사에서는 실수가 잦은 말단 중역이요, 친근한 관계 속에서는 어느 쪽에서든 눈치없이 나대는 꼰대이자 젊은이고, 집에서는 새벽에 나가고 새벽에 들어와 얼굴 보기 힘든 불효자가 됐다. 이쯤되면 뭐라도 되어 있겠지 싶었던 이십대 종장의 내 모습은 여전히 뭐라도 되겠지란 희망에 발을 걸쳐놓은, 아직 뭣도 아닌 까까머리 꼬맹이 그대로였다.
산다는 건 그런 거다. 열심히 살면서 뭐라도 되어 있을까 싶었던 내 모습을 가끔씩 돌아보며 실망하고, 한숨 짓고 억지로 발을 질질 끌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