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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Oct 04. 2022

이 없음 그까이꺼 잇몸으로! Go STORM!

Team HTH (2)

아이가 운동팀의 멤버라는 것은..


미국 고등학교 운동부는 부모들의 기부금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그래서 학교 규모가 클수록 운동부가 강하고, 팀에 투자되는 금액도 커서 관련 시설들도 화려하다.

우리 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 아들이 뛰고 있는 수영팀, 그리고 워터폴로팀도 역시 학부모의 기부금으로 운영되는데, HTH의 학교들은 한 학년이 기껏해야 10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를 지향하는 만큼, 한 학교 단독으로 팀을 꾸릴 수가 없다. 그래서 포인트 로마 캠퍼스에 있는  세 개의 고등학교, 즉 High Tech High, High Tech High International, High Tech High Media Arts 이 함께 연합팀으로 High Tech High 운동부가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수영팀은 오랜 기간 동안 코치/포토그래퍼/운영팀으로 합을 맞춰와서 굉장히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데 반해, 남자 워터폴로팀은 그렇지 못하다. 항상 아슬아슬하게 운영되어 왔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남자 워터폴로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아마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학교의 운동팀들은 거의 비슷한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 짐작한다.


https://brunch.co.kr/@cbeta02/80

고등학생이 되어 맨 처음 워터폴로팀에 조인했던 당시, 코치는 High Tech High Media Arts(HTHMA)의 수학선생님이었던 애니였다. 워터폴로 선수 출신인 애니 선생님은 카리스마와 전략을 모두 갖춘 최고의 코치다.

9학년 당시 우리 아들이 수영으로는 꼴찌였다. 선생님은 호야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매 번 새로운 목표를 세워주셨는데, 우리 아이가 자존심 상하지 않도록 "오늘 우리 팀이 50미터를 주파하는데 xx초까지 들어오자!"라고 목표를 설정해 주시고, 꼴찌인 우리 아들이 목표 시간 안에 들어오면 다른 친구들과 다 함께 축하해 주시는 분이셨다. 이때만 해도 워터폴로팀은 꽤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코로나 때문에 10학년 때 남자 고등부 워터폴로 시즌은 뒤늦게 팀 내 1부 리그인 Varsity들만 경기를 하는, 최소한의 인원으로만 운영되었다. 11학년 주니어가 되어 다행히 워터폴로팀 리그는 정상적으로 재개되었으나, 애니 선생님은 그 사이에 출산을 하셔서 팀으로 돌아오지 못하셨다.  


코칭 스텝이 없다아..

그 빈자리를 채워준 이가 바로 Coach Paul이었다. 폴은 애니 선생님의 서브 코치였다. 동시에 아들이 남자 워터폴로팀 주장의 아빠였다. 폴은 2군 팀인 Junior Varsity들을 연습시킬 서브코치부터 구해야 했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것이 급하게 결정된 터라 여유 있게 서브코치 구할 시간이 없었다. 폴은 학부모 중 서브 코치를 할 사람을 수소문했고, 다행히 아들만 셋 중 둘 (올 해부터는 셋 다) 워터폴로를 하고 있었던 데이빗이 코치로 자원했다. 그러나 데이빗이 코치로서 경험이 전혀 없었으므로 폴은 자신의 조카, 미케일라를 데려왔다. 미케일라는 우리 학교 여자 워터폴로팀 선수였으나, 인근 사립학교로 전학 간 우리 아들과 동갑내가 여학생이다. 미케일라는 여자 워터폴로팀 에이스 선수로, 우리 남학생 팀 Varsity들과 1:1로 붙어도 밀리지 않는 멋진 친구다. 그렇게 미케일라는 우리 팀 남자 JV(Junior Varsity)들의 코치이며 HTH Waterpolo 팀의 서브코치가 되었다.


우리 아들과 동갑인 이 어린 코치가 친구들인 JV를 연습시킨 방법이 정말 기발했다.

그것은 바로 친구 찬스.

이 친구가 전학 간 새 학교와 우리 학교 여자 워터폴로팀 선수들 몇몇을 연습에 조인시킨 것이다. 예쁘고 실력이 출중한 동료 여자 워터폴로 선수들이 연습에 투입되자, 남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 여학생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절대 지고 싶지 않다는 오기가 발동이 되어 JV들은 미친 듯이 연습에 집중했다. 정말이지 이것은 미케일라의 신의 한 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자 워터폴로 팀도 코칭 스텝이 부족했고, 폴의 아들이며 남자팀 주장인 데이빗도 남자팀의 비시즌인 여자팀 시즌에 여자 워터폴로 코치로 자원봉사하고 있었다. 참고로 아빠의 이런 헌신적인 노력과 본인의 출중한 커리어 관리로 데이빗은 올해 동부의 좋은 사립학교에 진학했다.


문제는 우리 아들이 12학년인 시니어가 된 올 해다.

작년 수영팀 시즌을 마무리하는 파티에서 우리 팀 두 명의 캡틴 중 한 명이며 우리 아들의 절친인 마테오 엄마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나를 찾았다. 올 22-23 시즌에 더 이상 폴이 코치직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아무래도 부모의 발룬티어는 내 아이가 집중하는 분야에 국한되기 마련이다. 폴은 ‘둘째 아이는 워터폴로가 아닌 다른 곳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자신도 더 이상 워터폴로팀 코치를 맡을 수 없게 되었다’고 우리에게 알렸다.


나와 마테오 엄마는 그때부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마침 애니 선생님이 작년 시즌 파이널 경기에 왔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때 나는 선생님에게 언제 워터폴로 팀으로 돌아올 것이냐고 물어봤었고, 선생님은 조만간 되돌아오겠다고 대답하셨었다. 마테오가 9학년 중간에 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마테오 엄마는 애니 선생님에 대해 잘 몰랐고, 일단 나는 애니쌤에게 도움을 구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여자 워터폴로팀에도 도움을 요청해보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2022-23 시즌이 시작되었다.

애니 선생님은 딸내미가 어려서 토요일 오전 훈련에만 오실 수 있다고 대답해 주셨고, 워터폴로팀의 학부모들이 열심히 수소문해 지인 찬스로 코치 트로이를 모셔왔다. 트로이는 주로 시합 때 오기로 했다. 평소 연습은 작년에 서브 코치였던 코치 데이빗이 메인 코치로서 서브코치인 미케일라와 함께 하기로 했다.

매주 토요일 아침 8시 연습 때 애니 선생님은 딸내미를 데리고 오신다. 나와 우리 딸이 2돌 된 선생님 딸인 나디아를 봐주는데, 이 녀석이 선생님을 "엄마"라고 한국말로 부를 정도로 우리와 친해졌지만, 가끔을 우리를 밀어내기도 한다. 그럴 때면 선생님은 한 팔에 나디아를 안고, 학생들에게 카리스마를 마구 내뿜으신다.

연습할 수영장도 없다아..

어찌어찌 코칭팀은 꾸려졌지만, 메인 수영장이 없는 우리의 설움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수영장을 빌려 쓰고 있는 Coronado High의 수영장 스케줄이 작년처럼 여유 있지 않아, 대여료를 내고 수영장을 빌려 쓰는데도 불구하고 토요일 아침 훈련 일정을 9월 중순부터 잡지 못하고 있다. 연습할 수영장이 없으니, 그럼 우리는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나?? 물론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포기할 우리가 아니다.


이번에는 Morgan의 엄마 Summer가 나섰다.

이 엄마는 Personal Trainer로 일하고 있으며, 코치 트로이가 우리 팀에서 코칭할 수 있도록 모셔온 장본인이다. 아이들이 풀 안에서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체력 훈련이 중요하니 수영장 대여가 불가능한 토요일에는 미션베이에 모여 Dryland 체력 훈련을 하자는 것이었다.


첫 체력훈련이 예정된 지난 토요일 며칠 전, 세 명의 캡틴 이름으로 이메일이 왔다.


가족 피크닉과 체력훈련을 하기로 한 지난 토요일.

팀 멤버들은 가족별로 각자 먹을 것과 불장난할 땔감을 가지고 미션베이에서 모였다. 로날도의 아빠 로니는 차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타이어를 가지고 왔다. 우리는 ‘과연 이 타이어의 용도는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혹시 이 타이어를 나무랑 같이 태울 건 아니겠지? 하는 농담들을 했다.


아이들은 Summer와 함께 100미터 달리기와 200미터 수영을 반복하는 것으로 기초 체력 훈련을 시작했다. 유산소와 코어 운동 등 근력 운동을 어느 정도 하고 나자, 로니는 가져온 타이어를 이용해, 점프, 근력 및 코어 훈련을 시켰다. 이 타이어는 무게가 엄청나서 10번 들어 옮긴 아이, 20번 옮긴 아이가 몇 안 되었다. 우리 남편도 이 타이어를 옮기려고 시도했는데, 단 한 번 성공하고는 더 이상 도전을 그만두었다.

이 날 우리는 Dryland 연습만 한 것이 아니다.

미션베이 바다에 워터폴로 골대를 띄워놓고 바다에서 슈팅 연습도 하고 기술 훈련도 했다. 아이들은 바닷속에서 놀다가 배고프면 엄마, 아빠들이 가져온 음식을 먹으며 배를 채우고, 모닥불 부근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신나게 노래 부르며 춤을 추다가, 또다시 바다로 뛰어들기를 반복했다.


결과적으로 작년과 비교를 하면 올해 성적은 초라하다. 아마 올 해는 Division Play off까지 진출은 어려울 것 같고, 호야의 고등학생으로서 마지막 워터폴로 시즌은 이렇게 끝날 것 같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을.

이런 상황을 원망하고 속상해해 봤자 바뀔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모두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선수로 뛰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코치인 데이빗, 펀드레이징을 담당하고 있는 리사와 세실리아, 점수 기록관인 로드리고, 매주 스케줄을 정리하는  행정 업무를 맡은 다나, 팀빌딩 코디네이터인 알레한드라, 포토그래퍼인 쪼박, 그리고 스낵당인 , 그리고 직접적으로 나서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포터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는 학부모 모두 Water Polo Team HTH 중요한 멤버들이다. 대학 팀과 고등학생 팀에서 코칭 경력이 많은 트로이는 지난 토요일 피크닉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다.

확실히 선수들의 실력은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팀워크는 다른 학교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다른 팀이 갖지 않은 그 무언가가 HTH 팀에는 있다.

Team HTH는 경쟁만이 전부인 팀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팀이 너무 좋다.

오늘도 경기가 하나가 취소되었는데, 펀드레이징 담당인 리사의 제안으로 UCSD의 워터폴로 경기를 다 같이 관람했다. 그리고 내친김에 UCSD 투어도 함께 했다. 디에고네가 UCSD 입학 사정관과 아는 사이라, 이 분의 리드 하에 UCSD 투어를 했고, 쪼박도 UCSD Alumni로서 간단하게나마 공과대학 투어를 해 주었다.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하고 있다. 그래서 결과는 아쉬울지언정 후회는 없다.


2022년 10월 3일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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