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CHO Sep 02. 2024

이지안의 ‘나의 아저씨'
울아들의 ‘나의 선생님’

이 책을 시작하며

이 글은 기존에 브런치에 올렸던 시리즈 글들을 다듬고 타 블로그 플랫폼에 올렸던 글을 한 권의 브런치북으로 정리하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기존 글들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미리 알립니다.


특수 교육은 영어로 Special Education. 그럼 특수 교실은 Special Class?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는 특수 교실을 Special Class 대신 Inclusion Class로 부른다. 한국에서도 통합반이라고 명명된다. 이'Inclusion'이라는 개념은 미 특수 교육의 기본 방향이다. 이는 특수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과 함께 한 교실, 한 공간에 어우러져 함께 교육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특수 교육이 그 기본 방침에 따라 충실하게 이행되고 있다면 학교 내에 Inclusion Class이라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교실이다. 현실은 어떠한가. 당연히 '통합 교실'이 따로 존재한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바로 이 Fully Inclusive가 이상적이나 얼마나 현실에서 구현되기 어려운지를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현재 Netflix를 통해 스트리밍 중인 '나의 아저씨 My Mister'. 고 이선균 배우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며칠 전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이 드라마는 한 공간에 있으되, '우리'에 소속되지 못하고 마치 투명인간처럼 소외된 이들을 다룬 드라마다. 

'우리'는 소외된 존재를 그림자 취급하며 철저하게 배제하고 무시한다. 이렇게 소외된 지안이가 '우리' 안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에는'우리' 중 용기 있는 한 어른이 내민 손에서 시작되었다. 그 어른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조건인 '밥'을 매개로 '관계 맺음'에 성공하고, 이 관계를 확장시키기 위해 '우리' 안에 그녀를 잡아당겼다. 이런 사람이 우리 중에 단 한 사람이라도 존재한다면, 다수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안에서  운신할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러면서 점차 '관계'라는 것이 생기고,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된다. 이 드라마는 그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소외된 이에게 내미는 한 '어른'의 손은 생각보다 큰 힘이 있다만약 그것이 교실에서라면 어떨까?


나는 이 드라마를 통해 지안이에게서 발달 장애아인 우리 아들의 모습을 보았고, 동훈에게서 우리 아이의 선생님의 모습을 보았다. 

학교는, 교사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런 면에서는 나는 교육의 힘을 믿는다. 교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 점은 비단 일반 학생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학생들에 비해 발달이 느린, 심지어 발달이 멈춘 것처럼 보이는 발달 장애 학생, 산만해서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학생들에게도 해당된다. 나는 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아들을 통해 온몸으로 깨달았다.


우리 아들은 11학년이다.

킨더 때부터 지금까지 고기능성 자폐로 진단받아 특수 학생으로 학교에서 관리를 받았다.

우리 아들은 운이 참 좋았다. '나의 아저씨'같은 좋은 선생님, 그리고 좋은 멘토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선생님들이 다 우리 아이에게 열린 자세를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학생의 개인적 특성 Personalization을 존중한다는 원칙으로 디자인된 High Tech 초/중/고등학교에서조차 우리 아이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했던 선생님들이 여럿 있었다. 교사가 경험 부족으로 인한 몰이해는 학부모로서 우리 부부가 선생님들을 이해하고 또한 인내해야 할 몫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설득시켜야 할 숙제이기도 했다. 그래야 그 한 학년도가 순조롭게 잘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를 이해하고, 우리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교사들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점잖게 지적하고, 그들에게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교사들을 설득할 수 있는 지원군, 즉 '나의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항상 있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아이가 많이 성장했음은 당연한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를 담당하는 교사들도 한 학년도 동안 얼마나 성장하는지도 옆에서 지켜 보았다. 


이 책은 선생님들의 선생님, '나의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우리 아이를 이 학교의 구성원으로,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손 내밀어 준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들 대부분 특수 교사들이지만, 일반 교사도 있었고, 팀 코치, 학부모, 심지어 아이의 친구들도 있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우리'가 될 수 있었다. 부모로서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우리 아들의 인생에 있어 K-12라는 미 공교육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 아들에게 손 내밀어 이끌어준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을 이 블로그를 통해 알리는 것은 내가 학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될 것이다. 


자, 그럼 우리 아들이 킨더 과정을 입학한 2010년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2022년 2월 17일

ECHO.

작가의 이전글 7살 꼬마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