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목적지, 툴루즈
우리의 여행은 이제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항덕인 호야에게 꼭 한 번 보여주고 싶었던 그곳, 바로 툴루즈에 있는 에어버스 공장이다. 우리는 이미 8년 전에 시애틀 보잉 공장 투어를 한 적이 있다. 에어버스 공장은 과연 보잉과 비교해 어떨까? 이런 호기심이 드니 이번에 안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가게 된 툴루즈였으니, 에어버스 항공 투어 예약은 쉽지 않았다. 이미 언급한 대로 내가 원하는 시점에서 약 2주 전쯤이나 되어야 예약이 풀리기 때문이었고, 영어 투어는 불어나 스페인어 투어에 비해 투어 횟수도 적었으며, 그마저도 투어 요일이 바뀌었기 때문에 여행 계획을 굉장히 유연하게 짜야했다. 이런 단점을 무릅쓰고도 우리는 툴루즈에 가야 했다. 호야의 미래를 위해.
https://www.manatour.fr/en/airbus
몽파르나스 역에서 툴루즈로 가는 오후 5시 TGV 기차에 몸을 실었다. 파리에서 보르도를 지나 툴루즈까지 약 4시간 반 걸리는 여정이다. 툴루즈에 도착하니 이미 9시 반. 어둠이 짙게 내려있다. 툴루즈가 그렇게 아름답다는데.. 이 도시의 아름다움은 내일 보잉 공장 견학을 다녀온 후에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툴루즈는 프랑스에서 파리, 마르세유, 리옹 다음으로 네 번째로 큰 도시로, '장밋빛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도시를 관통하는 가론 강을 따라 발달한 운하 덕분에 상업이 발달했고, 이때 발달한 ‘미디 운하’는 지금도 운하로 기능하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여정에 포함되어 있으며, 중세 프랑스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면서도 유럽 항공 우주 산업의 메카이기도하다. 이런 현대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하긴, 유럽에 많지는 않다.
https://www.france.fr/ko/article/%ED%88%B4%EB%A3%A8%EC%A6%88toulouse/
다음 날 아침, 조식을 먹고 얼른 짐을 싸 체크인을 하고 컨시어지에 러기지들을 맡겼다. 여기서 투어를 하고 오늘 저녁 11시에 런던 스텐스테드 공항으로 가는 라이언 항공을 타야 한다. 라이언 항공은 영국의 저가항공으로 비행기 운임은 저렴하지만,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를테면 항공 티켓을 프린트해 하드카피로 만들어가지 않으면 그것을 꼬투리 삼아 프린트하는 비용을 몇십 파운드를 뜯어가는 것은 아주 유명하다. 수하물 크기와 무게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단다. 게다가 오늘 항공사 인력 부족으로 일부 항공 운항에 차질이 있다는 이메일까지 와 있었다. 과연 무사히 여기서 런던으로 갈 수 있을까.
오늘 우리가 예약한 투어는 2시에 시작하는 A350 투어였다. 투어 가이드와 만나는 장소가 이곳의 항공 박물관인 Aeroscopia였기 때문에, 여기부터 들르기로 했다. 외국인인 경우 여권 지참이 필수라 여권과 예약증 등도 잊지 않고 챙겼다.
남프랑스의 기후는 확실히 파리와는 달랐다. 어제 파리에서는 날씨가 제법 선선했는데, 툴루즈의 날씨는 해가 무척 따갑고 덥기도 엄청 더워서 샌디에고에서 가장 더운 시준인 8월 말-9월 초 날씨가 연상되었다.
항공 박물관 아에로스코피아에 드디어 도착. 아직 전시관에는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야외에 전시된 콩코드를 보니 신이 난다. 콩코드 뒤쪽에 보이는 격납고 너머에 A380도 전시되어 있다.
Aeroscopia 박물관에 들어가 보니, 이곳의 백미는 실내에는 전시된 슈퍼 구피와 콩코드,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A380이었다. 그중 제일 먼저 보았던 것은 수송기로 쓰이는 '슈퍼 구피 Super Guppy'
뚜껑이 오픈된 채 전시되어 있고, 수송기 내부에는 교육용 비디오가 상영 중
모형으로 전시된 에어버스사의 항공기들.
콩코드 안에 들어가기 전에 찍은 사진. 콩코드 내부도 볼 수 있다.
전시된 A300 내부를 찍은 사진들이다.
보잉 공장 투어 집합 장소인 Future of Flight 항공 박물관은 실내에는 거의 전투기가 많았던 것에 비해 여기는 이렇게 민항기들이 전시되어 있어, 민항기 덕후인 호야에게는 볼거리가 무척 많았다. 게다가 항공기 내부 구조도 저렇게 유리로 볼 수 있도록 투명 유리를 설치해 둔 점도 좋았다. 우리가 탄 비행기 복도 아래는 저렇게 생겼군!
박물관 내부 곳곳에는 항공기 좌석들이 벤치로 쓰이고 있었다. 뒤로 좌석을 넘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리클라인은 되지 않았다.
박물관에 입장할 때 직원이 친절하게도 A380은 야외에 전시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라고 조언해 주어 부리나케 내부를 대강 보고 야외로 나갔다. 날씨가 무척 더웠지만 A380 덕후 호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A380의 쌍발 엔진과 날개는 정말이지 아름답다. 인간이 만든 최고의 예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지상에서 A380 1층과 2층에 올라가 A380 내부를 모두 보았다. 아래는 호야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호야가 A380 내외부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이렇게 박물관 투어를 하는 가운데 투어 집합시간이 다가와 있었다.
1시간 반짜리 이 투어는 아에로스코피아 박물관에서 집합한 후 버스를 타고 에어버스사로 내부로 들어가 격납고와 도장하는 모습 등을 먼저 보여주었다. 보안 때문에 사진을 찍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박물관을 출발해 에어버스사에 들어가 회사 내부 야외 투어를 하는데 약 30분 넘게 걸렸고, 약 30분 동안 버스에서 내려 A320 XWB 공장 내에 들어가 조립하는 모습이 멀리서 보이는 작은 부스에 들어가 투어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컴퓨터 화면으로 시뮬레이션을 보는 것이 전부였다. 해설사 말로는 조립 공정의 마지막 단계를 조립하는 곳이라고 하는데 애초에 방 밖 창문으로 공장 내부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조립 공정 전부를 보여주며 공장 한 바퀴를 도는 보잉사의 투어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그런 와중에 더위 때문에 관광객 한 명이 쓰러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정신을 잃을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구급차가 출동했고, 그렇게 투어 또한 마무리가 되었다.
이 투어를 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결과적으로 투어 자체는 실망스럽긴 했지만 그럼에도 툴루즈에 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툴루즈와 시애틀 두 곳 다 공장 투어와 항공 박물관 투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애틀은 공장 투어가 더 나았고, 툴루즈의 항공 박물관은 더 호야의 취향이었다.
나와 호야는 이로서 전 세계의 민항기를 제조하는 양대 산맥 두 곳, 보잉과 에어버스사 모두 다 공장 투어를 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엄마로서 자신 있게 이 점은 나 스스로도 자랑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지점이다.
앞으로 이 기억이, 이 경험이 호야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언젠가 꼭 그런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