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반 동안 펠로톤 사용기_시작하며
남편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마음만은' 얼리 어답터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반복적으로 하는 운동을 즐긴다. 이를 테면 자전거나 마라톤 같은 것들이다.
이런 남편의 레이더에 펠로톤이 남들보다 일찍 걸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당시 펠로톤 주가가 50불도 안 하던 시절. 지금은 150불이 넘는다. 작년 8월에 일시적으로 80불대로 떨어졌을 때 샀어야만 했었는데 그 시기를 놓치고는 아직도 한 주도 못 사고 있다..ㅠㅠ)
이 자전거를 보자마자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실내 자전거에 큰 화면을 달아놓은 것에 불과한 저 자전거가 2000불이 넘는다고?
라는 것이었다.
자전거 가격도 부담스러운데, 멤버십 비용을 매 달 내야 한다는 사실에 한 번 더 경악하고,
펠로톤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저가형 유사 제품들도 나와 있었기 때문에, 굳이 펠로톤을 사야 하나..라는 의혹도 가지게 되고,
운동 한 번 제대로 해보겠노라며 집 안에 들인 운동 기기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2000불 넘는 애물단지(가 될 것임이 분명한 것)를 저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하나..라는 회의적 시각으로 펠로톤을 간절하게 원하는 남편의 눈빛을 애써 외면하고, 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사지 못하게 말리던 차였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의 질을 갖기 위해 기존의 아파트를 팔고, 싱글 하우스를 새로 사는 모험을 단행했다.
11월 중순 경, 새 집으로 이사 들어오자마자 남편이 제일 먼저 한 일은 펠로톤 바이크를 주문한 것이었다. 그것도 내가 자는 동안에 주문 완료. 아침에 잠이 덜 깬 나에게 매 달 자전거 할부금과 멤버십 요금으로 100불 정도 나가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며 일방적인 통보를 해 버린 남편의 패기!
언젠가는 살 것임을 알고 있었고, 더 이상 댈 핑계도 없어서 저항하지 않고 조용히 상황을 접수했다. 그리고는 펠로톤이 오기를 약 한 달 정도 기다렸다.
예상보다 2주 일찍 펠로톤이 배송되었다.
원래는 1월 초에 배송 예정이었으나 12월 말에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배송이 된 것.
남편은 배송일 전 날부터 신이 나서 펠로톤 설치할 패밀리 룸을 청소하고, 어느 자리에 어떻게 펠로톤을 설치할지 궁리하느라 바빴다. 물론 나는 이런 남편을 옆에서 쳐다만 보던 관중 1. 아이들 역시 관중 2와 3.
비싼 자전거니 오면 타기는 하겠지만, 글쎄..라는 의심은 여전히 버리지 못한 상태였다.
어차피 집에 들인 물건이니 안 탈 수는 없는 법.
이왕 탈 거면 제일 먼저 타 보자는 마음으로 남편보다 먼저 바이크에 올라갔다. 집에서 입던 청바지와 털 실내화 차림으로. 처음 선택한 프로그램은 30분짜리 'Leanne Hainsby의 The Beatles Ride.'
'펠로톤'이라는 말은 회오리처럼 몰려오는 거대한 자전거 라이더 집단을 의미하는 것이라지.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나는 40년 넘게 자전거 길을 홀로 걸어가다가,
처음으로 라이더들의 회오리에 집어삼켜졌다.
'펠로톤'의 회오리는 참으로 어마어마해서 내 생애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자전거 위에 내가 오르게 만든다.
남편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와이프를 꾸준히 운동시키기"를 바로 펠로톤이 실현시켜 준 것이다!
2020년 2월 9일
펠로톤 라이더 CBETA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