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 -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시미와 뚜기의 복세편살
시미는 하루하루 고민이 커져간다.
30대 후반으로 다가가면서 친구들은 다 결혼을 했고, 지금 애인도 없는 시미는 마음이 조급하다.
뼈까지 사묻히게 외로워 본 적 있는가?
퇴근하고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동안 함께 손 잡고 퇴근하는 연인
그리고 퇴근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시미는 더 마음 한편이 찌릿했다.
' 아니.. 내가 뭐가 모자라서 이렇게 혼자 일까? 너무 외롭다. '
속으로 이렇게 말할 뿐이지 정작 회사에서는 세상 쿨하게 골드 미스처럼 보이기 위해서 더 고군분투하며 일하고 더 자기 관리를 하는 편이다.
직원들에게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일은 일대로 잘 해내기 위해 꾸준하게 출근길에 영어 수업을 들으며,
커리어의 흠칫 나지 않게 자기 계발을 하고 있으며,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요가 클래스를 들으며, 간단한 샐러드와 해독주스로 몸 관리를 하며,
항상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쌓이는 스트레스와 본인의 외로움은 퇴근 후 혼술과 야식으로 풀어낸다.
다행히 꾸준한 운동과 관리로 먹고 마시는 거에 비해 살이 찌지 않는 편이다.
정말 다행이다.
"시미 대리님은 왜 아직 싱글이에요? 인기 많을 거 같은데.."
"모르겠어요. 주변 괜찮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
"네~ ㅎ 찾아볼게요.."
항상 이런 예의 섞인 대화들이 가득 찬 날들이 많았으며,
그리고 정작 소개팅을 나가면 괜찮은 사람들은 없다..... 시미의 눈에는 차지 않는 거다.
'하아. 괜찮은 사람들은 다 결혼했겠지... 내가 당최 뭐가 부족해서 이렇게 아직까지...'
남들에게 할 수 없는 말을 속으로 한다.
그렇게 시미는 지금 빨리 애인을 만들고 싶다.
그런데 아무나랑은 만나고 싶지 않다.
이 험난하고 복잡한 세상을 편안하게 마음을 나누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너무 필요하다.
시미는 많은 것을 보지 않는다.
대충 봐줄 수 있는 외모에,
대화가 통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 웃을 수 있는 공감이 가는 그런 사람이 너무 필요하다.
아직은 그런 사람이 없다.
뚜기는 요즘 세상이 그냥 똑같다. 그리고 심심하다.
30대 초반에는 재미있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친구들과 함께 농구, 축구, 당구를 치는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승부욕이 있어서 경쟁을 할 수 있는 바둑도 좋아했다.
미국에 잠시 있을 때 알게 된 홀덤도 하나의 재미가 되었다.
그리고 가끔 즐기는 친구들과의 수다와 술 한 잔도 삶의 기쁨이 되었었다.
지금은 혼자가 편하다.
그리고 집에서 소주 한 병과 곁들이는 새우깡이 제일 맛있다.
형의 회사에서 부대표로 있으면서 점점 사람들과 교류가 적어졌다.
회사에 집중은 하는데 그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30대 후반에 들어서니 이뤄 놓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40대 초반에 가까워지니 조급해졌다.
목표, 방향성, 그리고 결과물에 대해 관심은 가지만, 뚜렷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다.
그리고 현재 형이 대표로 있는 회사도 모래 위에 세워진 불안한 상태이다.
어느 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과 두려움에 하루하루가 살얼음 같다.
그리고 이제 어떠한 도전과 열정을 가지고 무엇을 시작하기에 두려운 나이가 되기 시작했다.
세상은 복잡하고, 마음은 불편하고, 그렇게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하나가 방에서 소주 한잔이었다.
****
어느 날.
회사에서 갑자기 프로젝트 하나가 떨어졌다.
A 프랜차이즈 업체 부대표를 만나 지점 관련 미팅을 하고 결과를 보고하라고 한다.
시미는 미팅 자료를 챙겨, A 프랜차이즈 본사로 향하였다.
그리고 그 부대표로 뚜기가 등장한다.
둘은 어색하게 명함을 나누고 회사 프로젝트에 대해 간단하게 브리핑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
시미는 뚜기를 처음 봤을 때, 촌스럽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들지 않아서, 의아했다.
이런 사람이 부대표인가? 하는 생각을 먼저 하였다.
그리고 대화를 하면서 조금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업종 관련 얘기를 하는데, 전문적이고 지적인 면모에 겉모습에 대한 실망이 조금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차피 회사일로 만났는데 편하게 생각하고 만나면 되는 관계이다.
뚜기는 시미를 처음 봤을 때, 세련되고 우아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도도하고 차갑게 대하는 그녀의 모습들을 보며 시미에게 향하는 마음을 더 열지 않게 했다.
어차피 일적으로 만났으니, 본인이 더 무엇인가 진전을 해야겠다는 마음 자체를 두지 않게 되었다.
복잡한 세상 더 복잡한 인연으로 피곤하기 싫은 뚜기였다.
그냥 둘은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그렇게 회사에서 연루된 만남을 이어갔다.
서로 다른 생각들로 그렇게 몇 차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
뚜기가 시미에게 저녁을 먹자고 제안을 하게 된다.
"혹시 오늘 시간 되세요?"
"왜요? "
"괜찮으시면 저녁이나 하실까요?"
"네~ 좋아요. "
"뭐 좋아하세요?"
"곱창이요. ㅋㅋㅋㅋ"
그렇게 둘은 곱창을 먹으러 향하였다.
'웬 곱창? 생각보다 쿨하네..'
'곱창을 먹고 편하게 대해도 괜찮을 듯한데.. ㅎ 어차피 머 내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인데 머.. 그냥 대화가 편하니, 편하게 내가 좋아하는 곱창 먹으며 ~ 오늘 즐겁게 마무리해야지 ㅋㅋㅋ'
이렇게 둘은 다른 생각들로 곱창집을 향한다.
복잡한 세상 그냥 편하게 살자! 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그렇게 곱창집으로 향하는 그 둘...
그 둘에게 이제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