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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비 Mar 09. 2021

매일 '그만둘꺼야'를 외치고 있다면

어른이에게 추천하는 그림책 <매미>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모회사의 면접 사건을 보면서 씁쓸함이 밀려왔다. 그녀의 글을 찬찬히 읽으며 상실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번 일로 자기 자리에서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던 많은 이들이 얼굴 화끈거림을 느꼈으리라.


15년 가까이 회사생활을 해오며 나 또한 ‘권력’으로 인해 상실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조직은 희한한 속성을 갖고 있다. 바로 ‘직급’과 ‘관리자’이다. 특히, 관리자는 조직관리를 하는 책임자로 일정 부문의 ‘권한’을 갖게 된다. 특히, 인사평가에 대한. 문제는 이 권한을 ‘권력’처럼 휘두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이 권력을 불합리하게 휘두르던 상사로 인해 마음에 큰 생채기가 생겼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은 팀원이 생기면 한동안 미팅에서 배제시켰다. 업무 지시를 하거나 보고를 받는 것도 하지 않았다. 보고를 받더라도 업무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 대신, 업무 수준에 대한 질책을 했다. 불합리한 줄 알면서도 나는 그녀가 가진 권력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매일 아침 ‘회사를 그만둬야지!’라는 공허한 외침을 할 뿐이었다. 무엇도 하지 않는 나를 탓하면서.

 


그림책 ‘매미’는 마치 그 당시의 내 모습 같았다. ‘매미’는 회색 건물 안에서 일을 한다. 무려 17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하지만 매미는 승진도 할 수 없고 건물 안에 있는 화장실도 쓸 수 없다. 인간 상사는 매미를 때리고 괴롭힌다.


17년이 된 어느 날 매미는 건물 맨 꼭대기로 올라간다. 툭. 툭. 툭. 마침내 매미는 껍질을 벗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숲으로 돌아간 매미는 가끔 인간들 생각을 한다. 회색 건물 안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인간들 모습이 떠오를 때면 웃음이 난다.

 

이 그림책은 희한하게 읽으면 읽을수록 머릿속에 질문이 차오른다. 회색 건물 속 인간이 숲에 사는 매미보다 잘났다고 할 수 있을까? 건물 꼭대기에 오른 매미는 인간들을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떻게 보면 매미는 생기를 잃고 늘 똑같은 일상을 보내거나 늘 퇴사를 꿈꾸는 요즘 직장인의 모습같이 느껴진다. 이 책이 회색빛이라고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매미가 날아오를 때는 후련함이 느껴진다. 매일 똑같은 일상이 지겹고, 현실이 숨 막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그림책 작가 ‘숀 탠’

숀 탠은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다. 매미, 빨간 나무, 이너시티 이야기 등을 썼다. 애니메이션 〈월-E〉와 〈호튼〉의 콘셉트 디자이너로도 활동했다. 그의 그림은 다소 어둡고 차가워 보이지만 상실 속에서 희망과 위로를 전한다.




<어른이의 그림책 처방전>
- 삶에 지쳐 나를 잃고 살아가고 있다면
- 무언가, 누군가에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면
- 자신의 틀을 깨고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림책읽는어른이> 인스타그램에서 더 많은 그림책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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