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니 에르노의 소설을 차근차근 읽다가,
'칼 같은 글쓰기'라는 책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이 단순한 질문에,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는 나를 발견했다.
* 나의 글은 어떤 모습일까?
쓰는 나의 열정 말고, 동기 말고, 과정이나 결과의 상태 말고,
그냥 글 자체로서의 정체성! 을 모르겠다.
그러니 갈수록 명확해지고 또렷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틔미해지고 주저하고 있다.
그렇게 한참 돌이켜 살펴보고, 생각을 하다가,
'지금 내 글은 나만 볼 수 있고, 쓸 수 있는 글'은 아니라는 답에 도달했다.
* 어떻게 하면 그것을 찾을 수 있을까?
방송작가과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는
"내가 아는 것만 가르치면 안 된다. 방송을 만드는 것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그 어불성설의 일을 하려면, 학생들이 알찬 작가로 성장하게 하는 기틀이라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나의 문학적 무식함이 아이들에게 해가 되도록 하면 안 된다."
는 생각으로 여러 책을 읽고 서머리하고 좋은 것은 강의로 준비했다.
최근 방송트렌드를 살피는 것을 넘어서,
창작력 논리력 토론력 수사학 스토리텔링법 영상작법 등등의 책을 꽤 꼼꼼히 찾아 읽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 일을 관두고, '내 글을 제대로 써보자.'한 후에는 아이러니하게 진짜 공부를 안 하고 살았다.
'신화- 영웅의 여정'과 '3장 8 액트'로 돌려 막기 하면서, 이야기를 양산해 내는 것에만 빠져 있었다.
그래서 시작하기로 했다. 매일 아침 (나를 위한) 공부.
첫 책으로 정한 것은 이것이다.
[이태준의 문장강화]
또 작법책인가- 하는 걱정이 조금 되기도 하지만, 아직 몸에 익지 않았음을 알기에
자연스럽게 체화될 때까지는 계속해 보자.
<책소개>
"시에는 지용, 문장에는 태준"이라 일컬어지던 당대 제일의 문장가. 그가 자신의 문예지 [문장]의 창간호에 연재를 시작하였고, 1940년 단행본으로 간행되며 세상에 나온 책이다.
이태준은 '한국 근대 단편 소설의 완성자'로 불린다.
나 같은 한국문학 무식자가 그의 이름을 알정도다.
(이름만 안다는 게 함정;;)
나무위키 작성자에 의하면,
"실제 이태준의 소설은 현대 와서 읽어도
누가 따로 설명하지 않는 한 1930년대 소설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문장과 구성이 현대 소설과 비슷."
이라고 한다.
읽으며 공부거리가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