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카페와 옆잠베개

4개월 12일

by 구의동 에밀리

아침마다 아이를 데리고 카페를 간다.


백일 전까지는 면역력도 그렇고 모든 게 걱정돼서 어디를 데리고 나가지 못했다. 그러다 백일이 지난 다음부터는 한 며칠 정도 ‘정말 나가도 되나?’하고 고민하다가 곧장 아침마다 아기를 데리고 카페를 다니기 시작했다.


다만 아이가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아침 일찍 여는 카페를 찾아나서야 했다. ‘소소한 그날’이라는 카페가 집에서 가장 가까웠다. 여기도 오전 7시 반 오픈이라 굉장히 빨리 오픈하는 편이었는데, 아이가 새벽 5시 반 이런 식으로 종달기상이라도 하면 7시 반에 맞추기도 어려웠다. 그래도 이 작은 카페는 분위기도 편안한데다 친절한 사장님들께서 아기를 무척 귀여워해주셨기 때문에 웬만하면 이 곳으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도저히 맞지 않거나 카페 정기 휴무일인 화요일이라면, 조금 멀리 떨어져있더라도 스타벅스를 향했다. 고작 테이크아웃에 스타벅스라니 조금 아까운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여는 카페 자체가 제한적인 것을 어찌하리? 이 참에 기분 전환도 하고.




오늘 아침에는 아기를 데리고 스타벅스에 갔다. 아참, 텀블러도 챙겨서. 환경보호가 문제가 아니라, 스타벅스에서는 텀블러 이용 시 몇 백원을 할인해줬다.


그런데 내가 텀블러를 내밀며 “아이스 카페라떼…… 그러니까……”라고 입을 열자, 직원분께서 “디카페인이시죠?”라고 대신 답해주셨다.


“어떻게 아셨어요?”

“자주 오시잖아요. 아기는 몇 개월이에요?”

“이제 4개월 됐어요.”


이른 아침이라 손님이 별로 없었기에 (그 시간에 누군가가 있다는 점이 오히려 신기했다), 아이스 카페라떼는 금방 나왔다. 평소 같았으면 그대로 테이크아웃 홀더에 담아서 집으로 돌아갔겠지만, 비도 오고 습한 날씨를 뚫고 왔었기에 잠시 쉬기로 했다. 나는 아기띠를 한 채로 한산한 카페를 두어 바퀴 돌다가 우산을 펼치고 문을 나섰다.




지난 네 달 간을 돌이켜보면,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성장했다.


특히 요 며칠 전부터는 낮잠 재워줄 때 옆잡베개를 안 쓰고 재우기 시작했다. 신생아 때는 안아서 재웠다가 조심스레 눕히면 정확히 1분 30초만에 깨어나곤 했다. 그래서 나와 남편이 한동안 인간 라라스 베개가 되어 살았는데, 그러다 진짜 라라스 베개(정확히는 ‘쿨리베어’)를 당근으로 구해서 서서히 적응을 시켰다. 물론 처음에는 저항이 심했지만 어느새 아이는 졸려 보일 떄 옆잠베개를 꼭 껴안게만 해줘도 스르륵 잠들기도 할 정도로 잘 적응했다.


그러다 지지난주부터 아이가 옆잠베개를 극도로 싫어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베개에 옆으로 거의 엎어지듯이 뉘여주면 포근한 듯이 잘 잤는데, 언제부터인가 베개에 끼우자마자 몸을 활처럼 뒤로 젖히며 힘도 빡 주고 “끄으응!!!”하며 오만상을 찌푸렸다. 사람을 베개에 끼운다고 하는 표현이 좀 웃기지만…….


아무튼 그래서 이참에 옆잠베개 졸업이나 시켜주자 싶어서 아예 스와들업만 입히고 등 대고 눕혀주기 시작했다. 아무리 옆잠베개고 뭐고 낮잠을 열심히 재워줘도, 밤에 자꾸만 깨서 밤새도록 쪽쪽이 셔틀도 하는 처지였다. 옆잠베개의 부재로 인해 낮잠 시간이 부족해지더라도 여기서 더 잃을 것은 없었다.


게다가 옆잠베개에 누워 자다가 깰 때는 필히 엄청나게 울면서 깨곤 해서 좀 딱해보이기도 했다. 왜였을까? 보통 전문가들은 ‘깨고 보니 엄마아빠 품이 아니어서…… 그러므로 안아서 완전히 재우지 말고, 좀 졸려 보일 때 눕힘으로써 잠들 때와 동일한 환경을 만들어줘야……’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홈캠을 돌려보면 루나는 눈 감은 채로 “우아앙!”하고 인상을 팍 쓰며 울음을 터뜨렸고, 그러고 나면 엄청 오랫동안 안긴 채로 눈물을 도록도록 흘린 후에야 진정이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낮잠을 등 대고 재우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자다가 팔을 번쩍 뻗는 모로반사는 남아 있었기에 스와들업은 필요했다. 하지만 낮잠 재울 때마다 옷을 갈아입힐 수도 없는데. 속싸개는 너무 신생아 버전이고……. 고민 끝에, 다리 부분이 뚫려 있는 리코타입 스와들업을 평상복 위에 입히되, 지퍼는 모조리 열고 위아래 단추만 똑딱똑딱 채워주기로 했다.


옆잠베개에서 1시간씩 자던 낮잠이 18분만에 깨곤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밤에는 여전히 쪽쪽이 셔틀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냥 이대로 가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냥 그렇게 지냈다. 한편으로는 낮잠을 제대로 못 자서 얼굴이 자주 상기된 채 앙앙 우는 아이가 안쓰럽기도 했으나, ‘나는 최선을 다 했지만 본인이 안 자겠다는데, 어쩔 수 없지 뭐……’하는 생각으로 무심하게 보아 넘겼다.


물론 때로는 옆잠베개가 괜찮겠다 싶으면 옆잠베개에서 재우기도 하면서 융통성을 발휘했다. 그러나 역시 옆잠베개에서는 깰 때마다 대차게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확실히 졸업을 하긴 해야겠다고 다시금 생각했다.


신기하게도 한 일주일이 지나자 밤에는 저녁 8시쯤부터 다음 날 새벽 4~5시까지 통잠을 잤다. 심지어 낮에도 옆잠베개 없이 40~50분 이상씩 자기 시작했다. 이제는 전천후로 그냥 등 대고 자는 게 본인도 일상이 되어서 적응한 걸까?




하지만 홈캠으로 살펴보면 여전히 팔이 번쩍번쩍 들리기는 했다. 때로는 눈까지 뜨고 주위를 잠깐 둘러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다시 재워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달려가려는데, 아이가 혼자 알아서 다시 눈을 감고 쪽쪽이를 빨며 잠이 들었다. 이러기를 한 번의 낮잠에서 적어도 대여섯 차례는 반복하며 아이는 기묘하게 낮잠을 잤다.


신생아 때가 떠올랐다. 모로반사가 무척 심해서, 기껏 낮잠을 재워줘도 팔이 번쩍 들어올려지면서 리셋이 되는 바람에 ‘진작 스와들업이나 속싸개부터 할 걸……’하고 몇 차례의 낮잠을 후회로 보냈던가?


그 때는 ‘언제까지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하고 막막해하곤 했다. 인터넷에서 모로반사를 검색해보니 4~6개월은 되어야 슬슬 없어진다고 하기에 더욱 막막했다. 반 년을 모로반사의 저주 속에서 노심초사하며 지내야 한다고?


그러다 문득 고등학생 때 야자 시간이 떠올랐다. 엎드려서 자다가 발작하며 깨는 친구들이 간혹 있었고, 나도 이따금 그렇게 깨는 바람에 민망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모로반사의 잔재가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성인이 될 때까지도 결국 모로반사라는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낮잠 자체가 없어진 셈이지.


왜 육아는 많은 구석이 이 모양일까?



* 표지사진 출처: Unsplash의 Kin 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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