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할머니

by 구의동 에밀리

부서에 삼신할머니가 있다.

올해에만 부서에서 세 명이 연달아 임신과 출산 소식을 전해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두 아들이었다! 심지어 단지 ‘옆 부서’였던 다른 한 분마저도 아들맘 확정!

그 무렵 내가 임신 소식을 알리자, 사람들이 물어봤다.

“딸을 원해? 아니면 아들?”

“딱히 선호는 없지만……. 통계적으로 이제 딸 차례인 것 같긴 해요.”

그 말에 “독립사건 아니야?”라고 누군가가 답했지만, ‘4명 모두 아들일 확률’은 1/2의 4승인 6.25%에 불과하므로 솔직히 매우 희박했다.

그러나, 이럴 수가? 정말로 또 아들이었다.

이 정도면 ‘부장님 삼신할머니 설’이 맞는 것 같다. 심지어 임직원 복지몰에 악수권이라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아들 픽업 확률 50% 상승!’ 같은 설명을 붙여서.

그런 얘기를 커피 마시면서 했더니, 동료분이 이렇게 얘기했다.

“근데 프로님 닮은 아들이면 정말 좋겠다.”

“그래?”

“응! 엄청나게 바르고 멋진 아들! 엄마아빠 닮았으면 착하고 똑똑할 것 같아!”

확신에 찬 눈으로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괜히 진짜일 것만 같아서 마음이 명랑해졌다.

그나저나 신기한 기분이다. 나는 여자인데 내 안에 남자가 있다니. 마치 전래동화 이야기 속 수수께끼 같다. “내일 아침까지 ‘고환이 있는 여자’를 데려올 것”이라든가.한편으로는 남자의 인생은 살아본 적 없어서 어떻게 지도 편달을 해줘야 할 지 감이 안 잡혀서 걱정도 된다. 남편이랑 얘기를 많이 해봐야겠다.



[ 신간안내 ]

수필집 『돌고 돌아 돈까스』로 출간되었습니다.

글의 여운을 책으로 이어보세요.

https://brunch.co.kr/@senses/345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17화디바로 살아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