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로 살아남기

by 구의동 에밀리

임산부 동지와 점심을 먹었다.

회사원, 그것도 같은 회사에 다니는 입장으로서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임신 초기에는 진짜 너무 몸이 안 좋아서, 이대로 어떻게 출퇴근을 하지 싶었어요.”

“고생 많으셨어요, 정말.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자리도 잘 안 비켜주잖아요.”

“자리는 고사하고, 사람들 틈바구니에 타는 일 자체가 너무 힘들어서……. 택시도 자주 타고 그랬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배도 안 나오고 멀쩡해 보이는 초기 시기.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더 아픈 척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안 그래도 ‘임신했더니 유난이다’하는 말을 들을까 봐 조마조마한 나날들이었다.

글을 쓰는 지금은 18주에 접어들어서 내게 찾아온 변화에도 슬슬 익숙해졌지만, 완전 초기 때는 모든 게 처음이고 내게 무슨 일이 닥쳐올지 몰라서 무섭기도 했다.

게임으로 치자면, 맨몸으로 총 한 자루 들고 전장을 뛰어다니는 송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물론 오버워치를 모르는 입장에서는 ‘총 게임에서 캐릭터가 총 쏘고 다니는 게 왜 이상하지?’ 싶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게 바로 임신 전에 내가 임산부 동료들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그래도 임산부 동료분들은 여느 때처럼 회사 잘 다니고 일도 잘하시기에 나만 노심초사하고 울적하게 임신 초기를 지낸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산달 가까워지는 후기보다 초기에 우울증 발병 확률이 가장 높다는 통계를 접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뛰어다니는 용감한 송하나처럼, 다들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게 아닐까. 게임은 게임대로 계속 플레이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한두 대만 잘못 맞아도 죽는다’는 불안을 삼켜가면서. (게임을 안 하는 분들을 위해 참고로 설명 드리자면, 송하나는 전투 로봇을 타는 캐릭터인데 로봇이 깨지면 다시 소환할 수 있을 때까지 맨몸으로 버텨야 한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먼저 걱정해 주시거나 배려해 주시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 그렇게까지 불안해할 필요 없이, 그저 ‘마의 16주’를 묵묵히 건너가면 되는 일이었는데.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직장인 중에 초산 임부가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힐러가 되게 많고, 지금은 물몸이어도 메카는 다시 생기기 마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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