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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의동 에밀리 May 07. 2024

아기 재우기는 어려워

1개월 20일

아기는 재우기만 제대로 해도 육아의 질이 달라진다고 한다. 


실제로 키워보니, 아기는 생각보다 훨씬 많이 잤다. 심지어 신생아 때는 22시간이나 잔다고 한다. 어쩐지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모자동실 시간마다 계속 잠만 자곤 했다.


지금은 생후 1개월이 지났다. 신생아 때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이 잔다. 아침 먹고 2시간, 점심 먹고 2시간, 오후 밥 먹고 1시간, 저녁 먹고부터는 3~5시간씩 끊어 자면서 다음 날 아침이 온다. 


하지만 통잠을 재우기가 참 어렵다. 5~10분 정도 안아서 재우다가 침대에 눕히면, 등이 땅에 닿자마자 얼굴이 시뻘개지기 시작해서는 뿌엥 하고 울어서 다시 안아 올린다. 예전에는 안아서 재우는 것조차 조마조마해서 하염없이 걸렸으니까,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선녀라고 봐야 하려나? 


어찌저찌 해서 눕히는 데에 성공하더라도, 3분 내지 5분 만에 뿌엥 하고 울며 깨는 일이 보통 80~90% 정도 되었다. 10분 어르고 5분 눕혔다가 뿌엥, 이것을 네 번만 반복해도 1시간이 금방 갔다. 그런 와중에 수유텀은 3~4시간 정도로 잡혔으니, ‘돌아서면 다음 수유 시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신생아 때 어디선가, ‘아이가 너무 울고 달래지지 않으면 잠시 안전한 곳에 내려두고 차나 커피를 한 잔 하세요’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너무 우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면 이런 조언이 나왔을까? 그리고, 우는 아기를 가만히 놔두고 울음소리를 무시한 채 커피 한 잔을 하고 있어도 무방할까? 아기는 무슨 이유가 있어서 우는 것일 수도 있을 텐데. 


궁금했던 와중에 ‘삐뽀삐뽀 119’의 하정훈 선생님 가라사대, 아이 우는 것 너무 겁내지 말라고 하셨다. 울려도 큰일 안 나고, 오히려 너무 아이 울음에 매달리면 부모가 지쳐 떨어질 수가 있다고 한다. <똑게육아>에서도, 아이를 침대에 내려놓고 혼자 울게 한대봤자 큰일 안 난다고 한다. 하늘에서 보자기가 뚝 떨어져서 아이 얼굴을 덮어 질식시키는 것도 아니니까. 




지난 주말에는 남편이 머리를 하러 간 사이, 나도 아이를 재우고 샤워를 해 볼까 했다. 다행히 아이는 순순히 낮잠에 빠져들었다. 다만 침대에 내려놓기만 하면 뿌엥 하고 울었다. 그나마 역류방지쿠션이 푹신해서인지 좀 나았다. 그마저도 3분만 있으면 울면서 깨어났지만, 그래도 해볼 만 했다.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드디어 아이가 조금 오래 잠을 자기 시작했다. 이 때다 싶어서 샤워를 하러 갔다. 그런데 만약 샤워하다가 뿌엥 소리가 나면 어쩌지? 


예전에 한 번 그런 적이 있긴 했다. 그 때 거실에서 남편은 소파에, 아이는 역방쿠에서 잠을 자고, 나는 샤워를 하러 들어갔었다. 머리를 말릴 때쯤 역시나 강성울음이 들려오기에 ‘남편이 고생 좀 하고 있겠구나’ 하면서 샤워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울음이 전혀 그칠 기미가 없었고, 거실로 뛰어가보니 남편은 자고 아이 혼자 얼굴이 시뻘개져서 울고 있었다. 맨몸으로 아이를 어르면서 남편을 흔들어 깨우고 다시 물기를 말리러 들어갔었지. 


아무튼 이번에는 바톤을 터치할 남편도 없으니, 어찌 됐든 혼자서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울면? 어쩔 수 없지. 아이 운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또 어딘가에서 혼자 독박육아 하는 사람들도 샤워는 하면서 살지 않을까?


다행히 아이는 머리를 말릴 때 쯤이 되어서야 울기 시작했다. 그것도 헤어 드라이어를 틀었다가 껐다가를 반복하며 ‘울고 있는데 드라이어 소리에 묻혔나?’ 하고 귀를 기울이다가 막판에 가서 들은 울음 소리였다. 속으로는 ‘아이 울어도 괜찮댔어. 아무렇지도 않게 샤워 다 마치고 나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실제로는 머리를 다 말리지도 못했는데 샤워를 후다닥 끝내고 있었다. 


아이는 놀라울 정도로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내가 갈 때까지도 울고 있었다. 3분, 5분 정도 기다려보면 스스로 울음을 달랠 수도 있다는 말은 아직 이 조그만 아기에게는 무리였던 걸까? 


달래진 아이는 다시 얼굴색이 하얗게 돌아와서 새근새근 잠을 잤다. 하도 인상을 쓰며 울어서 그런지 콧잔등이 조금 시퍼렇게 멍든 것 같았다. 큰일까지는 아니어도 아주 아무 일도 없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이래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등 대고 재우기’를 시도했다. 불행히도 속싸개는 싸는 순간 팔을 빼고 싶어서 아둥바둥했기 때문에 진작에 포기했다. 게다가 나는 산후도우미님처럼 꽁꽁 묶어놓지도 못해서 금방 속싸개가 헐거워져 아이 손이 삐져나왔다.


속싸개의 간편 버전으로 나온 스트랩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묶이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유튜브에 나오는 아이 재우는 영상들을 보면 속싸개에 순순히 감싸지던데, 우리집 아기는 싸이는 순간 온몸을 비틀어댔다. 깊이 잠들었을 때 스트랩으로 몰래 감싸더라도, 잠에서 살짝 깼을 때 ‘속았다! 언제 나를 또 묶어놓았어!’라는 듯이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울었다. 그래놓고 모로반사가 오면 엄청 깰 거면서.


등이 아니라 옆으로 뉘여도 쉽게 깨어났다. 분명 <똑게육아>에서는 아이들은 똑바로가 아니라 옆으로 눕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단 등 대지 말고 사이드로 눕혀서 시작하라고 했는데, 막상 해 보니까 옆으로 뉘여도 아이는 인상을 팍 썼다. 그리고는 둥글둥글한 몸이 이리저리 구르다가 자기도 짜증이 나는지 “뿌엥” 하고 울었다.




눕히는 것도 어렵고, 눕혀 놓아도 등센서나 모로반사가 작동하면서 깨다니. 난이도가 참으로 하드코어했다. 


하루는 어른 침대 위에서 재워봤다. 잠든 아이를 안방으로 데려가서 침대 가운데 쯤에 내려두고, 나도 침대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평화로웠다. 이 침대 위에 누워서 두 달을 버티며 조산기와 싸웠더랬지. 그 때 뱃속에 있던 아기가 뿅 하고 태어나서 이렇게 내 눈 앞에 누워 있구나. 아기는 그 무렵 내가 플레이하던 게임 BGM을 들으면 익숙해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읽고 있는데, 아기가 갑자기 두 팔은 허공으로 팍 올리고 머리는 빠르게 흔들며 깨어났다.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은 금세 새빨간 얼굴로 변하고, 아기는 비명을 지르면서 깼다. 


예전에도 한 번 안방에서 비명 지르면서 깨길래 깜짝 놀라서 뛰어갔는데, 이래서였구나. 나는 이따금 앞으로 고꾸라지다가 깨는 꿈을 꾸기도 하는데, 비슷한 꿈을 꾼 걸까? 공중에서 떨어지는 꿈을 꿨으니까 뭐라도 잡으려고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거나? 그렇게 모로반사를 실시간으로 목격하자 이해가 됐다. 


우는 아이를 들어올렸더니 옆구리가 축축했다. 기저귀도 샜구나. 다음부터는 여러모로 어른 침대에 눕히지 말아야지.




저녁에는 이상한 루틴이 생겼다. 


어중간한 오후에 수유를 하고 나면, 아이를 아기침대가 아닌 거실의 역류방지쿠션에 올려두고 재웠다. 침대는 너무 평평해서 게워내기 십상이었지만 역류방지쿠션은 그나마 경사도 괜찮고 포근하니 아이가 잘 잤다. 


그런데 그 상태로 저녁을 먹기 시작하면 식기 부딪치는 소리가 영 신경 쓰였다. 최대한 깜깜하게 만든 거실에서 주방 불빛이 밝아서 아이 눈이 부시게 만들 것도 그렇고. 


그래서 역방쿠를 질질 끌어서 안방으로 밀어 넣는 게 저녁 루틴이 되었다. 단점은, 역방쿠가 침대 옆에 있다 보니 내가 침대에 누우면 내 발이나 이불이 떨어질까봐 경계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홈캠도 위치를 바꿔서, 아기침대 뿐 아니라 역방쿠 두는 자리도 잘 보이게 했다. 




다행히 밤에는 침대에 잘 누워서 잤다. 


물론 여기에도 단점은 있다. 밤중수유를 하고 나서 눕히면 반드시 게웠기 때문이다. 얼마나 트림을 시켜주고 오래 안아주다가 눕혔는지는 상관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밤중에 옷을 갈아입히면 아이가 잠이 다 깰 것이고, 턱받이를 밤새도록 묶어 주자니 목이 감길까 걱정이 되고…….


그래도 그저께 침대 밑에 두꺼운 책을 괴어서 경사를 만들어줬더니, 그 덕분인지 푹 잤다. 그 동안 아기 입장에서는 어른들이 어이 없을지도 모른다. ‘지들은 식도 괄약근이 완성됐으니까 역류 없으면서, 나까지 무작정 평평한 데에서 자라고 한다니!’ 라는 식으로?


언제쯤이면 나도 아기를 통잠을 재울 수 있을까? 낮잠이든, 밤잠이든, 게우거나 비명 지를 일을 크게 걱정하지 않으면서. 



 * 표지사진 출처: Unsplash의 Dakota Cor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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