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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때리는 몽상가 May 04. 2024

다정함이 연약함이라면
나는 연약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고 나서



어쩌면 나는 단단한 방패를 통해 너를 지킬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쉽게 부서진 방패가 반드시 패배를 의미하지 않는 것처럼

나는 다른 방식으로 나와 너를 보호하고 있었을 것이다


직접 나서서 우리를 위협하는 위험들을 돌파할 힘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싸우고 있었을 것이다


무너지는 나 자신을

발버둥 치며 부정하며 

저항하다 보면

더욱 처절하게 무너진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쓰러지는 나를

더 잘 무너질 수 있도록

다정하게 바라보는 내가 되고자 노력했던 것이다


나는 강력한 힘으로 너를 치켜세우고자 노력하면서

그와 반대로

부드러운 힘으로 너를 더욱 지키고자 한다


비겁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을까

네가 피 흘리며 싸우는 동안

나는 여전히

다정함과 착함이라는

싸움에서 불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머금은 채

너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인정한다

이러한 나의 모습들을


그렇기에 나는 비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를 인정하는 모습에서

나의 감정에 솔직한 것이

가장 비겁하지 않은 최선의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다정함으로

착함으로

부드러운 힘으로

너를 지키고자 한다


그러니 너는 앞으로 계속 전진하라

이곳에서 나는

변하지 않는 연약함으로

너의 상처들을 안고자 하는

가장 단단한 다정함을 지닌 인물이 되어 가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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