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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픈옹달 May 13. 2024

땅 속 궁궐과 바다 궁궐을 지나 땅 위로

와파서당 고전논술 초급반

김원은 공주들을 구하고 구두장군을 해치우기 위해 용감하게 땅 속으로 들어갑니다. 땅 속은 마냥 컴컴하지 않았어요. 마치 새로운 세상에 들어온 것 같았어요. 드넓은 들판에 커다란 궁궐이 나타납니다. 궁궐 대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천하제일강산 구두장군 나라' 드디어 구두장군이 머무는 곳을 찾았습니다. 


구두장군을 해치우려면 궁궐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문지기며 졸개들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궁궐 안으로 들어가야 할까. 우연히 궁궐 밖으로 빨래를 하러 나온 막내 공주를 만나요. 김원은 막내 공주의 도움으로 궁궐 안으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도술로 몸을 바꿔 빨래 바구니에 몸을 숨길 수 있었어요. 


"자, 이제부터 놀라지 말고 나를 그 빨래 속에 숨기고 지나가소서."

그러고는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 다음, 입으로 옹알옹알 주문을 몇 마디 외우는 게 아닌가요? 그러자 우뚝한 원이의 몸이 흐물흐물해지며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주먹만 한 수박이 되었죠. 그건 갓 태어났을 때 수박동이였습니다. 


김원은 수박동이의 모습으로 구두장군의 궁궐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용감하게 구두장군을 해치워요. 구두장군의 졸개들까지 해치우고 잡혀온 사람들을 모두 땅 위로 올려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공주들을 올려 보내고 김원이 올라가기로 해요. 막내 공주는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비녀를 분지르며 반쪽을 김원에게 건넵니다. "앞일을 알 수 없으니 이 표시를 받으세요."


모든 사람이 빠져나가고 김원 차례가 되었는데 동굴이 무너져 내립니다. 김원을 시기한 문추장군이 동굴을 무너뜨린 것이에요. 김원은 꼼짝없이 땅 속에 갇히는 것일까요? 김원은 나갈 길을 찾기 위해 땅속 세계를 탐험합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 나무에 한 아이가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게 아니겠어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끙끙 신음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김원은 칼로 줄을 끊고 아이를 풀어줍니다. 개울가에서 물을 떠다 먹이고 온몸을 주무르니 얼굴빛이 붉게 돌아오며 정신을 차리네요.


그 아이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휴, 목이 타서 죽는 줄 알았네. 조금만 늦었어도 난 말라비틀어져 죽었을 거다. 고맙다. 난 동해 용왕의 아들이다." 김원과 용왕의 아들은 친한 친구가 되었어요. 김원은 용왕 아들을 따라 용궁으로 갑니다. 용왕은 김원을 크게 반겼어요. 아들의 목숨을 구해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웠을까요. 


김원은 어서 땅 위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용왕은 크게 잔치를 벌이며 김원을 붙잡습니다. 게다가 용왕의 막내딸과 김원을 혼인시키기까지 하네요. 용궁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김원은 부모님이 그리웠습니다. 용궁을 떠나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용왕의 딸이 용왕이 선물을 묻거든 연적을 달라고 하라고 해요. 연적이란 벼루에 먹을 갈 때 쓰는 물을 담아 두는 작은 그릇입니다. 알고 보니 이 연적에 신통한 능력이 담겨 있었어요. 


연적에 입을 대고는 휘파람을 불듯이 속삭였어요.

"말 두 필을 내어라." 

그러니까 연적의 구멍에서 파란빛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게 아닌가요. 연기는 구름이 되고 곧 아리따운 선녀가 나타나선 절을 했어요. 선녀가 팔을 한 번 움직이자 앞에 멋진 말 두 마리가 나타났죠.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천리마였어요. 


용왕의 연적은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한 힘이 깃들여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연적 때문에 화를 입고 말아요. 연적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사실을 안 여관 주인이 김원을 죽인 것입니다. 무예도 빼어나고 도술도 부리는 김원이었지만 잠이 들면 다음날까지 깨지 않았답니다. 그렇게 허망하게 목숨을 잃고 말아요. 다행히 용왕의 딸은 달아나 목숨을 건집니다.


김원의 원통한 죽음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용왕의 딸은 금고양이로 몸을 바꿔 막내 공주를 찾아갑니다. 막내 공주가 남겼던 비녀 반쪽과 함께 연적을 건넵니다. 공주는 연적 주인을 찾아 캐물으면 김원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나라에 방을 붙여 수소문합니다. "이상한 연적인데 늘상 푸른빛이 감도니, 이 까닭을 알거나, 알고 있는 이를 아는 이는 임금께 아뢰어라! 


결국 김원을 죽인 여관주인 부부가 임금 앞으로 끌려 옵니다. 거짓말로 둘러대고 싶었지만 임금님 앞에서 속임수가 통하지 않았어요, 결국 여관주인 부부는 김원을 죽이고 연적을 훔친 일을 사실대로 털어놓습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요. 오래도록 기다리던 김원 장군이 그렇게 죽었다니! 임금은 조용히 김원의 주검을 찾아 김 재상 부부와 막내딸을 불렀습니다. 주검으로 만나니 얼마나 슬펐을까요. 


그 순간 공주를 따라온 금고양이가 사뿐히 뛰어내립니다. 용왕의 딸이 본래 모습을 드러내었어요. 세상과 용궁은 별개의 세상이라 서로 간섭하지 않아야 해서 지켜보고 있었답니다. 용왕의 딸은 연적을 꺼내 이렇게 속삭입니다. "후우- 선녀는 나와서 모든 일을 제자리로 돌려라!" 


선녀는 나는 듯이 원이 주검 앞으로 걸어가서는 꽃가지에서 꽃잎 한 장을 따 원이의 입에 넣었습니다. 곧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방금 전까지 죽은 채 꼼짝 않던 원이가 숨을 쉬고 눈을 번쩍 뜨는 것이었습니다.

김 재상 부부는 온몸을 부르르 떨다가 외쳤어요.

"우리 원이가 살아났다!" 


그렇게 김원은 다시 되살아 납니다. 구두장군을 해치웠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부모를 다시 만났고, 게다가 임금의 명령으로 막내 공주와 혼인을 합니다. 용궁에서는 용왕의 막내딸과, 궁궐에서는 임금의 막내딸과 혼인을 올리네요. 그렇게 수박동이로 태어난 김원은 두 아내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참, 사실 김원은 하늘에서 벌을 받아 세상에 다시 태어난 사람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태어났을 때 흉측한 모습으로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허물을 벗고 사람의 모습이 되었고, 흉악한 구두장군을 해치웠습니다. 게다가 땅속 세계와 물속 용궁까지 낯선 세상을 두루 돌아보았어요. 수박동이 김원의 모험 이야기는 이렇게 끝입니다. 김원의 멋진 모험 이야기가 꽤 재미있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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