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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정수 Jan 19. 2024

아프면 손해

첫째날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지 그렇게 사람만나고 일해서 그렇지!"


긴장이 풀려서 그랬나. 아이들이 여행을 떠난 그날부터 심하게 아팠다. 내 짝이 이렇게 말하니 좀 서운했다. 누구는 쉬고 싶지 않을까. 작년에 한 번도 안 아프고 병원에 오지 않을 정도로 기를 쓰고 일했다. 지금 새 사업을 위해 정신없이 다니느라 힘이 빠졌다.


"당신 아팠을 때는 내가 보살폈잖아. 말이라도 아픈지 괜찮은지 물어보면 안돼?"


사실 연말에 아내가 아파서 5일간 누워 있었다. 물론, 살림과 육아는 내가 담당하지만 평소 표현을 잘못하는 아내 말투가 서운하게 했다.


그래 내가 알아서 살아야지 뭐 어떡하겠어. 그제도 어제도 가게 물품 정리하느라 쓰러지는 줄 알았다. 아프지 말자. 나만 손해다. 흥칫뿡


#착한남편일기 #착하다고 #토달지말자




결국 입원 했다.





평소 아프면 꾹 참다가 '이러단 요단강 건너겠는디' 싶으면 병원을 찾는다. 근데 오늘 새벽 4시에 고통에 몸무리치다 요단강 강 줄이 희미하게 보여 일명 'joteta'는 생각에 아침 일찍 먹고 병원을 찾았다.


일요일 아침 8시40분은 조용하다. 헤롱헤롱한 상태에서 도착하여 접수하고 의사를 만났더니 내 폐에서 울리는 거친 쇳소리를 들으며 "어라, 뒤지게 아프겠는걸" 하며 다독여 잠시 정신줄 놓을 뻔


9시간 동안 혈액검사, CT 촬영, 이중 바늘을 잘못 꼽아 두 번에 걸쳐 내 혈관 쑤시고 아놔. 처음으로 동맥에서 피도 빼는 것도 해봄. 신기방기. 어쨌든! 몇 대의 주사와 흡입제 약 스무 번 넘게 하고도 나아지지 않자 의사가 입원 시켰다.


오른쪽 폐 염증이 있는데 이틀 만에 증상이 이렇게 빨리 퍼진 것은 좀 봐야겠단다. 산소포화도가 오르지 않아 코에 줄을 매달고 누워 있다. 이건 내게도 트라우마가 있는데 어쨌든 하고 나니 숨쉬기가 이렇게 편하다니 하고 잠이 들었다.


가끔 너무나 바쁘고 힘들어 병원에 입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있지만, 정작 이렇게 아파서 있으렇니 기분이 묘한 게 아니라 사실 계속 아픔. 열은 없는데 기침도 있고 머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근데 식욕은 그대로여서 다행이다. 평소 아무거나 다 잘 먹는 식성이 이럴 때 도움된다. 내가 요리 한 것만 아니면 돼 흥흥흥.


몸도 안 좋고 이번 주 일은 다 밀어야 해서 벌써 머리가 아프다. 이틀 전부터 신앙 교회에 간 아이들도 보고 싶다. 가족 걱정에 싱숭생숭하다.


의료진이 옆에서 계속 체크하며 약을 주니 곧 나아질 것이다. 나가면 국밥이나 먹어야 겠다.


#입원 #internacao #pneumoniaaguda #급성폐렴




둘째날






"이러다 죽으면 어떡해!"


사랑하는 딸이 계속 사랑한다며 메시지 보낸다. 좀 현실적인 감각이 뛰어나며 유머도 있는 말투로 물어본다. 절대 그럴 일 없다고 다독이는데 눈물이 난다.


아들은 그냥 덤덤하다. 그냥 관심 없고 장난만 친다. 아까는 엄마 잔소리 듣고 기분 나빠 아빠와도 말하기 싫어하더니 저녁 세 그릇 먹고 기분 풀려 간신히 15초 영상 통화했다.


어제부터 한국과 브라질 곳


곳에서 안부 연락 온다. 약에 취해 다 답을 못해줬고 말을 할 수 없어 힘없이 누워 있다. 어찌나 미안하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괜한 걱정만 끼쳐 완전 민폐다.


두 가지 항생제를 넣어서 그런지 많이 나아졌다. 근데 의료진이 움직이지 말란다. 아직 산소포화도가 낮다. 숨 쉬기가 고르지 않으니 힘이 부친다. 그래도 오늘 몇 가지 일을 처리했다.


급한 내일 회의도 취소하고 준비하는 가게 일도 몇 가지 처리했다. 다들 쉬라고 하는데 이제야 내 일을 하려고 준비 전에 탈이 났다.


그 동안 내 일을 뒤로하고 세상에 필요한 일에 전념하여 집안을 보살피지 못했다. 나이 50에 먹는 것도 해결 못했고 자산도 만들지 못했다. 그렇다고 부끄럽지는 않다. 어차피 빈손으로 시작한 것이라 지금부터 만들면 된다.


근데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 잠을 하루에 6시간을 자야 하고 누워 있으라 신호 준다. 천천히 하라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그나마 그 동안 내 삶을 같이 겪고 본 이웃들이 기도해주고 있어 든든하다.


아직 이틀간 더 입원해 있어야 한다. 찾아오는 이 없지만 외롭지 않다. 밥 꼬박꼬박 먹으며 잘 지내고 있다. 살이 찔까 살짝 고민은 된다.


응원 메시지 보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급성폐렴 #입원 #이틀째 #나아지고있음 #모두고맙습니다





셋째날





드디어 산소 호흡기를 떼었다. 이제 좀 숨쉬기 편하다. 폐에 가득 찼던 진액도 다 빠졌다 한다. 이런 도움 없이 집에서 혼자 끙끙 앓다 골로 가기 딱 싶다. 제 때 왔으니 아니었으면 큰 병이 될 뻔했다.


아이들이 며칠 울더니 아빠 곧 간다는 소식에 얼굴이 펴지고 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 보러 달려 가고 싶다.


가만히 병원에 누워 있다 보니 사실 작년 한 해 동안 정말 열심히 뛰었다.


한국에 가기 전부터 일정에 힘들었고. 가서도 힘들게 돌아다니며 진을 뺐다. 돌아와서 쉬기는 커녕 밀린 일로 과로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며 종일 아이들을 데리고 있고 돌아가며 기침하여 병원에 들락날락 걸렸다.

아내도 황금 같은 연후에 아파서 누워 있었고 그 뒤치다꺼리 다 하고 살림하느라 내가 힘들었나 보다.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겪었다. 장사도 해보고 설득도 하고 이것저것 겪어봤지만 역시 인생사에서 가장 힘든 것은 당연히 육아다.


그래서 내가 주위에 항상 말하는게 애는 빨리 낳을수록 좋다. 너무 늦게 낳다 보니 이렇게 몸이 안 따라주고 있다.


내일 의사 진료가 참 중요하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아이들을 만나보고 싶다. 아무래도 편안한 내집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급성폐렴 #입원중





넷째날






오늘 퇴원하고 드디어 집에 왔다.


6일 만에 만난 아이들이 정겹게 맞이해준다. 아빠 아프지 말라며 노래도 부른다. 간단하게 점심 먹고 입맛 찾았다. 이제 며칠간 집에서 쉬며 체력 보충할 것이다.


그동안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여러분 덕에 회복하였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Agradeço a todos que me deram forças, apoio e principalmente corrente de orações. Estou bem, agora descansar e recuperar fôlego. Obrigado


#pneumoniaaguda #급성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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