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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ck Review

영화이자 드라마이자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반짝이며 우울한, 현대 서울의 밤과 낮

by 최창규 CK

두말할 나위 없는 이 시대 최고의 Trend 배우인 김고은과 드라마 《파친코》에서 병약한 청년에서 신념의 남성으로 성장하는 연기를 돋보이게 보여준 노상현이 주연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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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8편의 드라마 중 300 테이크 넘는 남성과 남성 키스신이 나오는, 더욱 현실과 이미지에 밀착하고 보다 더 높은 수위로 다양한 남성과 남성의 관계에 천착하는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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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두 작품의 원작(연작소설집)이자, 드라마 각본에 직접 참여했고,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며 일찍이 한국 문학이 경험하지 못한 “퀴어 문학”을 개척하는 중인(물론 그것이 박상영의 전부는 아니지만), 또 한국인이 좋아하는 국제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2022년) 1차 후보에 올랐던 박상영의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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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작품은 모두 박상영 작가가 한국의 현실, 혹은 서울의 낮과 밤을 직간접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2022년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 선정한 ‘우리 시대의 소설’은 현재 활동 중인 작가의 소설을 대상으로 50편을 선정했는데, 그 중 한 편으로 《대도시의 사랑법》이 뽑혔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357274


우선 영화부터. 같은 해 개봉한 파묘의 1,200만 대비 88만이라는 1/15밖에 되지 않는 흥행 성적이지만, 전작 《은교》나 《파묘》는 소재 자체가 배우를 압도한다면, 《대도시의 사랑법》은 김고은 그녀가 이 모든 중심이다. 소설에서는 남자 주인공이 바라본 인물, 즉 관찰자 시점의 객체로만 존재했다면, 영화의 모든 희로애락에는 여주인공 재희가 있다. 소설에는 나오지 않는 오리지널 캐릭터로 남주인공(장흥수)을 좋아하며 재희를 질투하는 불문과 여자 후배 역할이 등장할 예정이었으나(배우 강나언) 편집 과정에서 분량이 모두 삭제 되었을 정도로 재희는 모든 소재, 모든 주제, 모든 소품, 모든 서사를 제공한다. 김고은의 싱그러운 젊음이 가장 김고은답게 표현 김고은의 영화.


드라마 역시 독특한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총 8편(2편 *4)을 각기 다른 감독이 연출했다. 주인공과 각본은 동일하지만, 연출은 8편 순서대로 각기 다른 4명의 감독인 손태겸(1986, 남성), 허진호(1963, 남성), 홍지영(1971, 여성), 김세인(1992, 여성)이 맡았다. 남성 2명, 여성 2명의 감독이고 최연장자인 60대 허진호(《8월의 크리스마스》의 감독)부터 30대 초반이 어떤 시선으로 연출을 했는지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찾아보는 재미 쏠쏠하다.


소설로 말하자면, 말 그대로 OSMU(One Source Multi Use)가 가능할 만큼 다양한 컬러가 존재한다. 고전 소설이나 여러 번 재평가 받는 작품(배트맨 시리즈와 같)이라면 모르겠지만, 한국 현대소설 중에서 이런 작품이 앞으로도 있을 수 있을까? 같은 작품으로 영화가 8부작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소설가가 각본에 참여하고, 한국 현실의 반짝임과 우울함이 동시에 그려지며 유쾌한 작품이. (부커상 위원회 : “An energetic, joyful, and moving novel that depicts both the glittering night-time world of Seoul, and the bleary-eyed morning after.”) 특히 박상영은 복잡하지 않은 형용사와 부사로 감동을 주는 문장을 쓸 줄 아는 뛰어난 작가다. (《재희》의 마지막 문장 : “모든 아름다움이라고 명명되는 시절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재희는, 이제 이곳에 없다.”) 또 다른 이 시대의 위대한 작가 정세랑은 박상영과 그의 작품을 가리켜 (“『1차원이 되고 싶어』는 박상영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을 바꿀 것이다. 천삼백 매가 넘는 첫 장편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포박에 가까운 몰입을 이끌어내는 작가를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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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드라마와 영화를 비교해 보며 현대 서울의 밤과 낮을 엿볼 수 있는 《대도시의 사랑법》. (소설책을 빼고 나면) 드라마와 영화는 모두 Netflix에 있는데, 몇 년 만에 돌아온 긴 추석 연휴는 《Love in the Big City》라면 충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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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화 과정에서의 갈등]

박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슬럼프를 겪으며 소설가라는 직업을 돌이켜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대도시의 사랑법> 드라마화 과정에서 감독 한 명이 그의 동의 없이 시나리오를 바꿔버려 앓아누울 정도로 마음 고생을 했다. 퀴어 소재에 대한 반감으로 드라마 예고편이 내려가자 외신과 인터뷰하며 한국 문화의 폐쇄성을 고발하는 투사 역할을 자처했다. 이런 순간들도 신작 소설에 고스란히 ‘박제’했다. 그는 “장편소설 마감을 어겨 작가가 된 이후 처음으로 출판사 담당 편집자의 메일에 답장을 피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2016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을 때 웹드라마 공모전도 같이 당선됐어요. 소설과 드라마 대본을 투 트랙으로 작업하는 게 저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래서 집필에는 어려움이 없었죠. 제작 발표회에서 우스갯소리로 ‘네 명의 감독과 함께하는 건 종갓집에서 시어머니 4명을 모시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웃음). 감독님들 의견을 최대한 맞춰 드리는 쪽으로 작업했어요. 의견을 주시면 수정도 여러 차례 거쳤죠. 1, 2회를 연출한 손태겸 감독님은 각색을 많이 하셨어요. 5, 6회를 연출한 홍지영 감독님은 제 각본을 100% 수용해 주셨고요. 연출자별로 그런 차이가 있었죠.”


https://docs.google.com/document/d/e/2PACX-1vTP913_6R6ym9V4Ubr_MOwEkgm9cELq-vCsd2eMTcFDc3u9skopYHth5vkoICf-g8Qi9x2gVMXPUiJ7/pub



[박상영 인터뷰 中]

한동안은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말을 하는 게 싫었다. 특히 동성애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들은 그게 누구건 무슨 내용이건 이유 없이 패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다 똑같은 사랑이다, 아름다운 사랑이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뿐이다……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내게 있어서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 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추악하게 변질되어버리고야 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


[박상영 소설집 머릿말 中]

나는 희망에 취약한 사람이라, 아직도 연약한 믿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도시의 사랑법 관련 인터뷰 中]

‘대도시의 사랑법’은 드라마 공개에 앞서 비슷한 시기 김고은, 노상현 주연의 영화로 대중과 만났다. 드라마는 원작와 같이 ‘미애’(1~2화, 손태겸 감독), ‘우럭 한 점 우주의 맛’(3~4화, 허진호 감독), ‘대도시의 사랑법’(5~6화, 홍지영 감독), ‘늦은 우기의 바캉스’(7~8화, 김세인 감독)을 선보인 반면, 영화는 ‘미애’ 부분을 각색해 드라마의 주인공 고영(영화 속 흥수, 노상현)이 아닌 미애(영화 속 재희, 김고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

박상영 작가는 “드라마와 영화를 동시에 선보이게 돼 너무 행복했다. 영화가 먼저 계약이 된 상황이었는데, 보통 이런 경우에는 드라마 제작 제안이 오지 않는다. 그런데 제안이 왔고 나에게 집필을 요청했다”면서 “내 작품이 좀 찢었나. 이게 바로 파워콘텐츠인가. 내가 대학 때 배운 ‘원 소스 멀티 유즈’가 이렇게 실현되는 것인가 싶어서 신났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영화와 드라마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영화는 상업 영화의 공식에 잘 맞춰진 대본이다. 집필 과정에서 몇번의 피드백을 받아갔는데 ‘상업 신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이렇게 쓰는구나’ 배움을 얻었다. 창작자로서 배울 게 많았다”면서 “김고은을 보며 ‘이 사람은 작두 탓구나’ 싶었다. 김고은의 재희가 파워풀 하다면 이수경의 미애는 톡톡튀고 귀엽다. 노상현은 클로짓 게이를 잘 살렸다. 남윤수는 게이로서 자유분방한 모습을 잘 그려냈다. 같은 뿌리인데 다른 표현을 하는 걸 보고 ‘배우의 해석 능력에 따라 다른 결과나 나오는구나’, ‘배우라는 존재가 작품에 중요하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

올해로 등단 7년 차인 작가는 “당신은 어느 쪽이냐”는 질문을 끈질기게 받아왔다. 그때마다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다”며 선을 긋는 게 지겨웠지만 “이젠 그런 질문 역시도 작품을 읽는 한 가지 방식이라고 믿는다. 소수자 이야기는 계속 써나갈 것”이라고 했다.


Q. 짧은 기간에 쓴 소설로 알려져 있는데?

그때 제가 회사에 다니고 있었거든요. 죽을 뻔했습니다. 제가 투잡을 하고 있을 때라서. 그야말로 깨어있는 시간에는 업무 아니면 거의 글 쓰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다 투자했다고 봐도 될 정도의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일 년 정도 열심히 썼었고요. 그때 거의 창작 욕구, 또 어떤 설움과, 신인으로서의 패기가 막 소용돌이치던 때라서 그게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가장 큰 목적은 “내가 지금 한탕하고 빨리 회사를 떠야겠다.”라는 마음이었어요. 그리고 문학계 시스템상 누군가가 저를 써줘야지 제가 글을 쓸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원고) 청탁이 한 계절에 몰려서 왔는데 그거를, 신인 작가가 거절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매일 밤을 새우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출근 전까지 글을 쓰고 회사에서 일과 시간 중 졸고 그랬죠.


https://naver.me/FCLsRjBy


https://www.chosun.com/culture-life/2022/04/28/QKEWJVR5LFCVFE3ILXYVGV7UQ4/


[우리 시대의 소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400185


https://news.kbs.co.kr/mobile/news/view.do?ncd=5357288


https://news.kbs.co.kr/mobile/news/view.do?ncd=5357293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191328?sid=103


“등단 10년차가 되고 책을 6권 내니까 변하고 싶었어요. 어떤 의미로든. 그래서 드라마에 도전하기도 했고, 전혀 다른 장르의 장편소설도 쓰고 있어요. <대도시의 사랑법>이 낭만적으로 20대를 회고하는 작품이었다면, 이번에는 추하고 슬픈 순간까지도 조명하고 싶었어요.” 그는 “이제는 ‘재희’와 <대도시의 사랑법>의 세계를 떠나보내려 한다”며 “그 소설은 제게 많은 걸 준 작품이고 평생 아마 저의 대표작 중 하나로 남을 테지만, 제게는 아직 다른 이야기도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164098?sid=103


[YouTube 클립]


https://www.youtube.com/watch?v=yV1dArajgzw


https://www.youtube.com/watch?v=T0CubJeXQwQ


https://www.youtube.com/watch?v=nsnMVgIpF9M


https://www.youtube.com/watch?v=HMLQn1_brlc


https://www.youtube.com/watch?v=JTTLrahfric


https://www.youtube.com/watch?v=1cgn9tDzXow


https://www.youtube.com/watch?v=tsdbe-hLx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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