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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턍규 Jan 21. 2023

슬램덩크, 그리고 꼰대가 되어 버린 나...

김훈과 타케이코 이노우에, 이순신과 미야모토 무사시

  많은 이들에게 그러하겠지만 슬램덩크는 내 인생 만화다.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유행하던 내 인생의 책 10권에 꼽은 적이 있다. (https://bit.ly/3kxofsq) 모든 권을 10번 이상 읽었지만 산왕전은 30번도 더 봤다. 모든 순간이 경이로웠다.


https://youtu.be/Oa5ch8678Os



  하지만 슬램덩크보다 더 경외감을 자아내는 것은, 바로 작가 Takehiko Inoue.


  물론 슬램덩크가 그에게 남겨준 엄청난 영광과 역사와 함께 영화관에서 눈물을 흘리는 두터운 팬층이 있겠지만, 그가 단연 돋보이는 것은 일본의 전설적인 영웅 Miyamoto Musashi를 그려냈다는 것이다. 그것도 슬램덩크 초반 만화, 그러니까 흔한(?) 학원물에 그림체도 무언가 엉성해 보이는 것과는 달리 그림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수준으로 그려냈다. 원작(Yoshikawa Eiji)의 영역을 뛰어 넘는 다양한 철학을 그만의 스토리로 채워나간다.










  비슷한 예를 한국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역사상 그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성웅 이순신을 그려냈던가?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돋보이는 영광은 김훈의 『칼의 노래』에 주어진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 모든 사람이 존경하지만, 또 그 내면의 끈적함을 이해받지 못받는 사람. 바로 이순신과 미야모토 무사시를 김훈과 타케이코 이노우에는 용기와 자존감으로, 온 몸과 마음으로 써 낸 것이다.



  내 인생의 첫 번째 직장이었던 삼성물산 Risk Management팀, Consulting파트. 삼성물산의 전설적인 천재이섰던 표 부장님(CFA, FRM. 후에 삼성물산 기획실장과 호텔신라 마케팅본부장, 교촌 애프앤비그룹 총괄사장 등을 역임)은 주말에도 직원들을 모아놓고 CFA 공부를 시키셨다. 또 회사의 RM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여러 강의(M&A, Valuation 등)도 직접 설계하셨는데, 인턴사원으로서 내 과제는 두 가지였다. Risk Management 핸드북과, 사업전략 수립 절차 PPT 교안을 만드는 것.



  지금 와서 내가 담당해서 작성한 교안을 다시 보니 유치하기 그지없다.



  [Big Q] 예순아홉 차례의 眞劍 승부에서
살아남은 不敗의 화신!
일본의 전설적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와
싸워 이기는 법?




  [A1. 전투] 정성껏, 성심성의껏 연습하여 싸운다.



  [A2. 전술] 술수나 계책(e.g. 미인계)을 세워 효율적으로 싸운다.


  [A3. 전략] 용병을 고용하거나 자동권총/기관총으로 쏜다.


적의 방법대로 싸우지 않는 것, 적이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싸우는 것, 성실함이 전부가 아님!

☞ 전략(Strategy)이란 기업 외부 환경의 기회와 위협에 대해 기업 내부의 자원과 기술을 적응시켜  경쟁우위를 개발하거나 또는 적극적으로 자기 기업에 유리하도록 환경 변화를 창출하는 기업 활동




  슬램덩크 보다가 배가본드가 생각나고, 그 옛날 삼성물산 최그래 인턴사원 시절이 생각나는 것을 보니, by definition 꼰대가 다 되었구나. 하긴, SK텔레콤에 입사했을 때 그 역시 전설적인 인물이셨던 팀장님의 나이만큼 내가 나이를 먹었으니...





 p.s. 만화책 배가본드는 1998년 연재를 시작하여 2014년까지 일본의 만화 잡지 《주간 모닝》에서 연재되었고, 그 후로 오랫동안... 10년 가까이 휴재 중이다. 단행본 역시 2014년에 발간된 37권이 마지막.


https://namu.wiki/w/%EB%B0%B0%EA%B0%80%EB%B3%B8%EB%93%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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