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서 상처받고, 인간에게서 위로받다.
법의학자의 관점에서 죽음을 다방면으로 다루고 있는 책,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읽다가 평소의 생각과 매우 어긋나는 부분을 발견했다. 이 점에 대해 아내에게도 질문했는데, 나와 같은 의견이었다.
“민영아, 우리나라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어디일 거 같아?”
“아마, 서울이나 경기?”
“그럼, 미국은 어떨 거 같아?”
“뉴욕이려나?”
비인간적인 도시 환경에서 자살자가 많이 나올 거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책에 따르면, 전국 8도 중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시도는 강원도이고, 다음이 충청도였다. 반면, 서울의 자살률이 가장 낮았다. 미국에서도 알래스카나 와이오밍주처럼 외진 곳에서 자살률이 높고, 뉴욕주와 워싱턴주의 자살률은 최저였다.
이 책이 2019년에 발간되었기에 최근 수치를 찾아보았는데, 결과는 비슷했다. 최신 수치로 인구 10만 명당 연령 표준화 자살률(연령 구조가 자살률에 미치는 영향을 제거한 자살률)은 세종이 17.8로 최저였고, 서울 18.8, 경기 20.7이었다. 반면, 강원도는 27.3, 충북 27.1, 충남 27.0으로 수도권에 비해 지방의 자살률이 1.4~1.5배 높았다. (반면, 타살률은 도시가 높고 지방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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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연령대를 시도별로 비교해 보면 보다 명확하게 보인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서울보다 지방이 더 비인간적이라는 뜻일까? 자연 속에서 평온하게 지내는 것이 오히려 자살률을 높이는 것일까? 유성호 교수님은 소속감 부재와 그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부재를 언급하셨다. 대도시의 소속감과 소통이 지방 도시나 시골에 비해 높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자살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좀 더 생각해 보면, 연령 요인은 이미 제거되었으므로, 자산이나 소득 수준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좁은 집단에서의 비교도 중요했을 것이다. 즉 서울의 강북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강남 아파트를 보며 느끼는 자괴감 대비, 좁은 지역 사회에서의 빈부 격차 비교(옆집 대비 우리 집)가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결국, 서울은 서울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각자의 이유로 살기가 빡빡하다는 결론일까?
다시 감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사람은 사람에게서 상처받기도 하지만, 또한 사람에게서 위로를 받는 존재가 아닐까? 전영애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사람을 마지막 실족에서 물러서게 하는 것은 유년 시절 사랑의 기억”이라고 말이 떠오른다. 아이들에게도, 그리고 머뭇거리는 이웃들에게도 사랑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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