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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ypho Mar 20. 2023

#65. 경주 시티투어

101번 글쓰기

나는 강원도 양양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수학여행을 경주가 아닌 서울, 제주도로 갔었다.

그래서 경주를 여행해 본 경험이 없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10년이 넘게 1년에 2번 씩 여행을 다니고 있는데, 이번에는 내가 여행기획을 하게 돼서 경주를 콕 찍어 다녀왔다.


# 국립경주박물관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의 CI에는 이목구비가 있다. 신라의 역작이라고 하는 '미래의 얼굴'이라는 것이 모티프가 되었기 때문이다. 경주를 간 적이 없으니, '미래의 얼굴'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미래의 얼굴'을 보러 갔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경주역에서 택시로 30분 내외로 도착할 수 있었다. 입장료는 무료라서 친구들과 공짜로 역사물들을 볼 수 있었다.


경주에 들어서자 마자 볼 수 있는 미래의 얼굴의 큰 조각상 처럼, 이 수막새가 엄청 큰 조각상 같은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실제로 보니 손바닥 만한 실제 크기의 미래의 얼굴을 보니 살짝 놀랐다. 예전에 뉴욕 구겐하임에서 본 '별 헤는 밤' 같이, 생각 보다 훨씬 작은 크기가 놀라웠다. 뭔가 가치가 높고, 유명한 것은 크고 굉장할 거라는 막연한 상상을 했던 것 같다.


좌측 경주 입구 수막새상, 우측 국립경주박물관 수막새 실물


관람객들이 붐비기라도 하면 먼발치에서는 미래의 얼굴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크기가 작았다. 사람들이 헤쳐모이는 순간에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찍어 봤는데 정말 성인남성 손바닥 만한 크기라서 놀랐다. 작은 크기에 이목구비가 오밀조밀 모여있는 것도 놀라웠다. 어찌 보면 한 낮 지붕조각일지도 모르지만, 거기까지 손이 닿아 예술적으로 빚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박물관 설명자료를 보면, 미래의 얼굴은 신라인들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이목구비가 반영 되어 있어 명확한 표정은 없고, 은은한 미소 등으로만 표현되었다고 했다. 그로인해 신라인들의 현실적인 얼굴이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불교적 세계관과 그들의 지향하는 삶에 대한 태도 등이 온화한 표정으로 빚어졌다는 설명에 다시금 놀랐다. 손바닥 만한 것들에도 철학과 기품을 녹일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선조들의 기술력이자 지혜인 것 같았다.


이외에도 금관 유물, 불상들 처럼 신라인들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는 고미술품들을 봤는데, 지금이야 공장에 오더 넣으면 쉽게 만들겠지만 그 때는 기술, 재료가 제한적이었을 텐데, 어떻게 저런 결과물들을 만들어 냈을까 하는 의문이 자꾸만 커졌다. 정말로 고대에 손기술이 지금보다 뛰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근현대로 오면서 손기술 보다는 계산해서 기계를 만드는 것에 익숙해졌고, 기계를 통해서 대부분의 것들이 해결 되니 손기술을 연마하는 것 보다 조작법을 익히는 게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이 되었으니 이른바 장인이란 분들이 사라져서 옛것을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음식에서 손맛이라고 하는 부분을 생각하면,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기술들은 연마 되지 않으면 대체불가능한 기술영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앙리마티스 전시회

요즘 예쁜 카페들의 필수템이 앙리마티스의 그림 액자인 것 같다. 어딜 가나 쉽게 찾을 수 있다. 그 만큼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각을 지닌 예술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예술가의 원작들과 스케치 등이 경주에 전시되었다. 서울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예술가의 전시회를 경주에서 볼 수 있다고 해서 들떴다. 도슨트와 전시회 음악감독도 정재형이 맡아 소리의 디테일을 풍성하게 채워줬다.


전시장은 크게 2개 섹션으로 나뉘어 있었다. 입장한 곳으로부터 중간지점까지는 사진촬영이 불가했고, 중간지점 부터 퇴장하는 곳까지는 사진촬영이 가능했다. 앙리 마티스의 초기 회화 부터, 판화로 된 작품들, 그가 활동했을 당시 만들었던 컬러북(?)들이 있었다. 아는 그림 보다는 모르는 그림이 많았고, 그에 대해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정재형이 설명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프리미엄 콘텐츠를 구독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림 하나하나를 설명해주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작가의 대표시기 별 대표작들이 어떤 배경,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설명해줬다. 보면서 JAZZ라는 시리즈가 가장 좋았는데, 사진을 찍지는 못하는 구역이라서 사진은 없지만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유명한 시리즈다. 원색을 넘어 채도가 높은 색들을 잘 활용해서, 색감 활용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이카루스 같이 유명한 그림의 원본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앙리 마티스는 주로 판화 작품이 많다고 했는데, 설명을 들었지만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이 그림들이 판화야?'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그림의 디테일이 완성도 높았다는 생각은 들었다.




경주로 수학여행 갔던 많은 사람들이 다시 경주를 찾아가 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이번이 수학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몇 년 후 경주를 다시 간다면 다시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생각해보면 몇해 전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던 곳인데, 그런 아픔을 찾아볼 수 없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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