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성공이란, 오랫동안 집과 차, 그리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춘 상태를 의미해 왔다. 2018년, 내가 대학을 졸업하던 해, 세상을 지배하던 키워드는 "고스펙"과 "N포세대"였다. 높은 스펙을 쌓아 대기업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아예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렇게 양극단의 단어가 MZ세대의 삶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 무렵, 성공의 기준이 변하기 시작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일상의 중심이 되면서, 이제는 스펙이나 조직에 속한 직책이 아니라, 개인의 스토리와 영향력이 성공의 지표로 떠올랐다. 어떤 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내고, 또 어떤 이는 강연자가 되어 SNS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더불어 특정 분야에서 메가 인플루언서가 된 유튜버들이 등장했다. 더는 집이나 차, 직장 같은 물리적 트로피 없이도, 오롯이 개인의 역량과 스토리로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이제는 사회적 기준을 충족시키는 성공보다도,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대중적 지지를 얻고, 이름을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한 성공의 척도가 되어 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집, 차, 직장은 성공의 상징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된 것이다.
성공은 예전에도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공은 외부의 기준, 즉 타인의 인정에서 비롯되었다. 좋은 집, 좋은 차, 안정적인 직장을 갖춘 사람들은 그로 인해 자신의 성공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 이것이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내가 인정하는 나의 성공이, 남에게 인정받는 성공보다 더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테면, 새벽 기상 후 하루를 충실히 시작하는 '미라클 모닝'을 실천한 이들은 "오늘을 성공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한다. 또, 운동 후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오운완' 같은 트렌드는 개인적 성공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성공은 일상의 조각들 속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두고 나는 ‘주체적 성공’이라 부르고 싶다. 기존의 성공이 타인의 인정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주체적 성공은 내가 나를 기특하게 여기는, 스스로의 인증에서 출발한다. 전자의 성공이 소유에 중점을 둔다면, 후자는 만족에 초점을 맞춘다.
과거의 성공은 "소유하지 못한 것"을 근거로 자신의 부족함을 판단하게 만든다. 따라서 무언가를 소유하지 못하면, 성공이 완성되지 않은 느낌을 준다. 반면 주체적 성공은 스스로를 인정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 인증은 반드시 100% 성취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10km를 뛰겠다고 결심했지만 7~8km만 뛰었어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도 주체적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단, 주체적 성공이 쉽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스스로를 설득하고 납득시키는 과정’이 따르기 때문이다. 만약 목표 미달을 합리화한다면 그에 따른 죄책감 역시 감내해야 한다. 그래서 목표를 성취하거나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이 더 개운하다. 어쩌면 주체적 성공은 타인의 인정에 의존하는 성공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성공은 대단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성공은 일상의 행복과 다르지 않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추구하는 대신, 자신의 만족을 중심에 두는 주체적 성공을 더 자주 찾아보자. 요즘의 성공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