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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늘한여름밤 Jun 07. 2018

섹스는 일주일에 몇 번이나?

점멸하는 우리의 성생활 이대로 괜찮은걸까

일주일에 섹스는 몇 번이나 해야 하는 걸까? 나는 이것이 참으로 궁금하다. 주변 커플들에게 “너희는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해?”라고 물어보고 싶다(실제로 물어본 적도 있다.). 물론 이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은 아마 ‘하고 싶을 때마다’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어리석은 나는 또 이렇게 물어보고 싶어진다.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하고 싶어져야 하는 거지?”   



얼마나 자주 섹스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일주일이 기준인 사람도 있고, 한 달이 기준인 사람도 있고, 하루가 기준인 사람도 있겠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기준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마음 속에는 일주일에 한 번이라는 기준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하는 게 보통이다.’라고 생각한다. 마치 화장실 청소나 화분에 물주기처럼. 그 정도 하면 일상을 잘 꾸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다른 일들과는 다르게 섹스는 나 혼자의 의지나 계획만으로 실행하기 힘들다. ‘이번 주 토요일 4시 섹스’라고 일정 체크 박스에 써놓고 해치울 수 없다. 일주일 안에 나 혹은 상대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점이 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득 생각해보니 마지막으로 섹스 했던 주말이 가물가물한데, 나의 욕정은 산사의 스님처럼 평안한 느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내가 하고 싶은 진짜 질문(걱정)은 “특정 기간 동안 몇 번 섹스를 해야 우리가 문제 없는 부부라 할 수 있을까?”인 거 같다.  


 연인과 주기적으로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은 내 마음 한 켠을 불편하게 만든다.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섹스라고 했던 걸 어느 여성지에서 읽었던 거 같다.  어쩌면 관계에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심각한 징조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우리가.. 설마.. 그.. 섹스..리스..부부라는 것의 초입에 서있는 것은 아니겠지? 걱정이 스멀스멀 번진다. 나는 궁금하다. 이런 상태가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이제 시작된 것인지, 성욕의 문제인지 아니면 서로에게 시들해진 것인지. 만약 서로에 대한 성적인 끌림이 지속적으로 저하될 예정이라면, 그래서 언젠가 0에 수렴하는 날이 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연인인데 섹스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특별한 관계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친구와도 식사를 하고, 동료와도 수다를 떨고, 처음 보는 사람과도 마음을 나누지만 보통 섹스는 연인이랑만 한다(적어도 지금까지 나는 그랬다). 옷과 함께 사회적인 모습을 벗어 던지고 부끄러움 없는 눈으로 서로를 본다. 알몸으로 맨살을 부비고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 키스한다. 다른 사람들은 본 적 없을 표정을 공유하게 된다. 섹스를 통해 다른 어떤 관계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깊고 원초적인 친밀감을 느낀다. 이 세상 수많은 즐거움 중 이 즐거움은 너와만 함께 할 수 있다. 이 반짝이는 쾌락이 시간에 따라 조금씩 흐려진다는 건 자연의 섭리라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 점점 희미하게 점멸하는 우리의 성생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섹스가 싫은 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양상이 달라졌다. 20대 때는 섹스를 아이스크림처럼 좋아했다면, 30대인 지금은 등산처럼 좋아하게 됐다. 산을 오르는 동안 힘들지만 즐겁고, 정상에 올라서면 짜릿하고, 이 좋은 걸 왜 이렇게 안하고 살았나 싶다. 그래서 우리 다음 주에도 또 등산 오자고 약속하고는 막상 다시 약속을 잡지 않는… 어느 날은 너무 더워서 또 어느 날은 너무 추워서. 몸이 피곤하거나 집안일 할 게 남아서. 트위터 하느라, 드라마 보느라, 귀찮아서 미루다 보면 어느새 등산 없이 사는 삶에 익숙해지게 된다. 신혼 때 눈만 맞으면 한다는 말은 구시대의 환상이 아닐까? 밀려오는 회사일과 하루 걸러 찾아오는 야근, 어제 저녁 먹은 설거지가 싱크대에서 기다리고 있고, 수납 공간이 부족해 끊임없이 치워야 하는 작은 집에서 우리의 눈은 피로로 가득하다. 10대 때의 성에 대한 호기심도, 20대 때의 왕성한 정력도 없다. 30대 직장인에게 체력이란 매우 한정된 자원이고 성욕은 사치재이다. 우리는 눈만 마주치면 그 눈을 감고 누워서 쉬고 싶어진다. 


 일주일에 도대체 몇 번 해야 하는 걸까, 아니 할 수 있는 걸까? 밀린 설거지도, 소파에 쌓여 있는 빨래도 아닌 오직 서로의 쾌락만을 위한 이 사치스러운 시간을 위해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남겨놓을 수 있을까? 우리 둘을 위해 남겨두는 시간은 사치일까 필수일까. 너무 덥지도 춥지도, 피곤하지도 않고 남은 집안일도 없는 날이 과연 우리 인생에 며칠이나 있을까? 밀려오는 일상을 함께 헤쳐나가면서도 서로의 손끝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지켜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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