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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갑질이 늘고 있다.

귀여워서 봐준다. 아들아.

"어이~ 아빠 비서, 회장님이 부르셔"


아들은 정말로 좋은 말로 하면 회장님이지, 안 좋게 말하면 거의 깡패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소리를 치고 떼를 쓴다.


처음에는 울기만 하고 자신의 표현이 많지 않았을 때는 좀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조금 편할 때도 있었다. 주로 안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아기띠도 좀 하고, 게다가 몸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아 안을만 했다. 가끔은 회장 의자인 바운서에 앉아서 모빌을 보고 있었기에 나도 아들을 여유롭게 지켜봤다.


아들이 본격적으로 감정이 세분화되고 자신의 표현을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주 크게 옹알이를 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뒤집기와 되집기 기어다니기 등 자신의 능력이 늘자, 더 크게 몸으로 표현 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아들의 갑질이 시작됐다. 


다양한 갑질이 있는 데 그중에 가장 힘든 건 바로 안기이다. 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안기고 싶은 건지, 시도 때도 없이 팔을 뻗으면서 자기를 안아달라고 한다. 안으면 내려달라고 내 배위로 발에 힘을 주고 일어선다. 그럼 나는 떨어질까 봐 아들을 매트에 앉혀 놓으면 소리를 지른다. 아마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감히, 이렇게 귀여운 아들을 내려놔! 버럭"


그래서 다시 안아준다. 다시 내 배위로 발을 세우고 일어선다. 내려놓으면 소리를 지른다. 다시, 안아준다. 이런식으로 10번이상 안아 준다. 게다가 놀다가 갑자기 안아주라, 보행기 타다가 갑자기 안아주라. 밥 먹는 도중에 안아주라. 등 하루에 시도 때도 없이 안아주라고 양손을 뻗는다. 점점 무거워지는 아들을 그렇게 안아 들다보면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정말이지 안기지옥이 따로 없다.


 평일 낮에는 나에게만 그렇지만, 신랑이 오면 2명이 안기 지옥으로 들어간다. 신랑이 오면 아들은 중문 앞으로 기어간다. 아빠는 손을 씻고 안아야 하기에 내가 따라가서 안고 있으면 아빠가 손을 씻는 내내 아빠를 향해 손을 뻗는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내가 신랑에게 샤워를 하고 안으라고 하기에 신랑이 안기를 거부하면 그때부터 신랑에게 소리를 지른다. 안으라고, 그럼 얼른 안고 와서 아들이 좋아하는 과자로 꼬신다. 과자를 양손에 쥐고 잠시 멈추었다가 보행기를 끌고 화장실 앞에 가서 또 소리친다. 결국 신랑은 나오자마자 아들을 안는다. 아들은 세상 혼자 아빠가 있는 거 마냥 신이 나서 신랑의 얼굴을 만지다가 갑자기 소리친다. 엄마 이리 오라고.


그때 안 가면 소리를 점점 더 크게 외친다. 가면 안아달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안으면 조금 지나 아빠한테 안아달라고 한다. 아빠가 안으면 다시 엄마에게. 결국 우리는 안기 지옥에 들어간다. 왜 이러는 걸까? 왜 한 사람에게만 안겨 있진.


요즘은 읽기 갑질을 하느라 책을 계속 읽어 달라고 한다. 문제는 아들이 그 책들 중에 2권을 계속 읽어 달라고 한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아들은 책을 늘어놓으면 계속 특정한 책 2권을 잡고 읽어 달라고 한다. 다른 책을 읽거나, 중간에 멈추면 그렇게 화를 낸다. 게다가 아들이 어느 정도 일어서기 시작하자, 기어가서 전면 책장을 잡고 책을 다 빼고 난 후 책을 집어서 읽어달라고 소리친다.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하면 최소한 10번을 읽어야 끝이 난다. 같은 책을 10번이나 읽으니 힘드니 신랑과 한 번은 우리 그냥 녹화해서 들려줄까 라고 도 했지만, 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달라는 것도 아니다. 읽다가 어디까지 읽으면 처음부터 다시 읽으라고 하고, 어디 페이지를 펴서 읽어달라고 한다. 왜 이렇게 같은 책만 읽으라고 하는지. 책을 더 사달라는 건가?


목을 가누고, 손을 어느 정도 가누기 시작하자, 자신을 안고 그 곳으로 가라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목도 가누고 하니 좋았는데 아들이 무거워지면서 계속 그곳으로 가자고 하니, 팔이 너무 아프다. 요즘은 친정 아빠가 인터폰을 누르는 것을 알려주니, 매일 인터폰으로 가자고 소리를 친다. 문제는 인터폰을 만지다 보면 경비실에 그렇게 통화 버튼을 눌러 댄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크게 소리친다.


미끄럼틀을 계속 태워달라, 아빠의 안마기 손대고 싶으니 만지게 해 달라, 바가지를 당장 내놓으라, 등 더 다양한 갑질을 한다. 우리가 그렇게 해주면 씨익 웃어준다. 그 모습을 보면 너무 귀여워서 신랑과 나는 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100번이라도 해줘야지 라고 하다가도 하다보면 너무 힘들다. 안해주면 소리를 치니,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그래서 신랑과 나는 항상 아들에게 회장님이라고 부르면서, 회장님을 잘 모시자고, 언제 아들이 이렇게 엄마, 아빠를 찾겠냐면서 서로를 비서라고 부르면서 나름 달래고 있다.


오늘도 아들은 기어가서 전면책상에 일어선다. 그리고 뒤에 있는 나를 쳐다보고 씨익 웃는다. 그리고는 책을 다 빼기 시작한다. ~ 이제 곧 읽기 지옥이 시작되겠구나.  


그래도 귀여우니까 봐준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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