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종일 May 09. 2024

창업은 오르막 코스부터

내 근육을 쓰는 출발

창업은 달리기 같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뛰러 나가는 6개월 차 초보 러너이자, 첫 창업 이후 10년 만에 다시 창업이라는 달리기 출발선에 선 창업가입니다. 매일 아침 달리면서 생각한 것을 글로 남깁니다. 세상의 모든 창업가 분들에게 작은 자극이 되길 바라요.


아침 7시, 오늘도 눈을 뜨고 달리러 나간다.


매일 아침 달리는 코스가 있다. 한 바퀴를 돌면 딱 2km 되는 도심지 공원이다. 그날 컨디션이나 기분에 따라 몇 바퀴를 달릴지 정한다. 오르막 내리막이 상당한 코스다. 운동을 마치고 나이키 앱을 보면 고도상승이 100m 가깝다.


나는 항상 시계 방향으로 코스를 달린다. 약간의 내리막이라 부담 없이 시작하기 좋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싶었다.


반대 방향으로 달리니 시작하자마자 큰 오르막 코스가 두 번 나온다. 그래봤자 30m 남짓인데 평소보다 힘들다. 온몸에 피가 돌아 워밍업이 되기 전에 오르막을 달려 올라가니, 허벅지에만 피가 쏠리는지 찌릿했다.


내리막 코스로 달리기를 시작하는 건 마치 ‘전기 자전거’ 타는 것 같다. 타본 사람은 알 것이다. 별로 힘을 안 주어도 누가 밀어주는 듯한 느낌. 반면, 오르막 코스로 시작하는 건 ‘따릉이’ 타는 것 같다. 온전히 내 근육으로 출발해야 한다.


나는 다음 5-10년을 몰입할 업을 찾는 출발선에 있다. 그 출발선에서 나는 ‘전기 자전거’로 출발할 것인가, ‘따릉이’로 출발할 것인가


퇴사 전, ’전기 자전거’로 출발할 수 있는 몇 번의 창업 기회가 있었다. 오랜 기간 한 산업에 종사한 도메인

전문가들과 함께 창업하려고 했다. 파트너의 깊은 문제의식과 경험에서 출발한 아이템이었다. 내가 할 역할은 그 깊이 위에 소위 ’안 본 눈‘의 신선한 관점을 섞는 것.


전기 자전거에 탄 것 같았다. 이대로 출발하면 있는 힘껏 페달을 굴리지 않아도 스르륵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과는? 나는 전기 자전거에서 내렸다.


내린 이유는 달랐지만, 결국 내 근육을 적게 쓰는 이에게 주도권은 없다. 상황에 맞출 수밖에 없다.


내 결론은 ‘따릉이’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 오롯이 내 근육의 힘으로 출발해야 한다. ‘내 안에 끓어오르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핵심 역량’이 가장 중요한 업을 해야 한다.


물론 어느 순간에는 ‘전기 배터리’를 장착해야 할 거다. 자동차로 갈아타야 할 순간도 올 거다. 하지만 출발선에서는 온전히 내 근육을 써야 한다. 그게 바로 지금이다.


오늘 달리기 할 때, 오르막 코스로 출발해 보니 그렇다. 처음엔 힘들다. 왜 이런 코스로 출발해야 하나 싶다. 당장 뒤돌아서 쉬운 코스로 가고 싶다. 그런데 그냥 달리다보니 뒤에 코스가 더 쉬워진다. 근육도 빨리 데워지고 호흡도 편해진다.


전기 자전거 타고 출발해봤자, 어차피 100바퀴 돌아야 하는데 5바퀴쯤에서 전기 배터리 나간다. 그럼 그 다음부터는 무거운 배터리 싣고 페달 밟아야 한다.


이 코스에서 매일 마주치는 러너들이 있다. 다 오르막 출발 방향으로 뛰고 있었다. 그동안 난 반대로 달리고 있었다.


내일도 난 오르막 코스로 달릴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준비 운동 꼭 해야 하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