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이야기
그 날은 선거철이었다. 창문을 열면 막 봄을 맞은 공기의 냄새가 꽤나 상쾌했다. 동네 곳곳에는 선거 노래가 울려 퍼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철 지난 유행가에 후보의 번호를 각인시키려고 애쓰는 그 노래들은 듣기에 썩 좋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원래 듣기 싫은 노래일수록 귀에 맴도는 법이다.
공기는 정말 상쾌했다. 집안에만 앉아 있어도 노란 봄 공기가 눈으로 보이는 듯했다. 추운 날 코나 귀를 집에 떼어놓고 밖을 다니고 싶은 기분과 비슷하게 J는 학교를 오고 갈 때마다 선거철에는 고막을 집에다 두고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즈음의 계절이 되면 J는 한낮에 방 창문을 열어두고 등으로 바람을 맞으면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 J의 방은 무척 작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만이 방이 조금 더 넓어 보였다. 그마저도 일 년의 봄, 가을에만 얼마 주어지지 않은 특권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시끄러워도 J는 창문을 닫고 싶지는 않았다.
선거 노래가 거슬리게 된 J는 엠피쓰리를 꺼내 들었다. 그 날의 플레이리스트는 다 봄과 관련 있는 노래였다. 예전에 봤던 어느 조간신문의 별호에서 봄에 꼭 들으라며 추천한 노래들이었는데 마침 전부 다 J의 취향이었다.
J를 빼고는 모두가 외출해 집안은 조용했다. J는 노래를 랜덤으로 재생해놓고 다시 공부에 집중했다. 아무리 선거 노래가 시끄럽다고 해도 J는 방해할 수 없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을 정해놓고 수학 문제 푸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어느 봄날의 낮이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