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툭 터지고 싶을 때가 있다.
팽팽한 물풍선을 찌르면 툭 터져 온 사방에 물을 내뱉는 것처럼
껍데기가 쭈글쭈글해져 버릴지라도 주변은 온통 물바다가 되겠지.
팽팽한 것은 피곤이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우리는 팽팽하다고 말한다.
주변의 공기마저 뻣뻣하게 만들어버리는 팽팽함은 그저 피곤하다.
팽팽한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를 불안함을 내포하고 있다.
팽팽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긴장하며 힘을 쓰고 있으면
팽팽함의 사방을 언제 놓칠지 몰라 조마조마하게 된다.
그렇게 긴장하며 팽팽함의 사방을 쥐고 있다 보면
누군가 팽팽함을 터트리지 않는 이상
스스로 사방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찾아온다.
팽팽함이 터지고 나더라도
내 두 손에 쥐어진 껍데기는 흐늘흐늘한 채 남아 있을 테니까.
(흐늘흐늘해도 괜찮아.)
그런데 터지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비눗방울일까 봐 함부로 터트리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