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필요 없어지는 세상
음악을 들을 때, 'OO를 듣는다'고 말한다.
모짜르트를 듣는다, 바흐를 듣는다, 피아졸라를 듣는다.
뭐 들어? 응, 마츠다 세이코. 이렇게.
누구의 음악을 들어. 라고 말을 하는 것보다,
누구를 들어. 라고 말을 하는 편이 더 와 닿는다고 해야 할까.
온전히 그의 세계로 다이빙하는 느낌이다.
그렇게 당신을 듣는다는 말은 또 다른 세계를 하나 열어준다.
그 세계에 들어가 보면, 당신이 눌렀을
건반 하나하나, 당신이 튕겼을 현 한 줄 한 줄이
내게 속삭인다.
너는 지금 그를 듣고 있어. 그의 세계에 들어가 있어.
그리고 당신이 두드렸을 드럼의 비트와 내 맥박이 리듬을 같이 하게 된다.
더 이상 음악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와 내 귀에 들어오지 않고,
이미 머릿속에 갇힌 멜로디가 빠져나가지 않고 몸속에서 맴돈다.
그렇게 나는 그의 세계에 들어가 있고, 그의 세계 한 부분은 내 안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말이 필요 없어지는 세상이 된다.
당신과 나와 오직 당신의 음악만이 남은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