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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우 Aug 28. 2017

작심한 팔불출

나는 하영이 하준이의 자랑스런 아빠다.

 아내와 자식 자랑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있다. 
 팔불출...

 워낙 내 자신의 자랑만 하는 사람이라 오늘은 작심하고 팔불출이 되보려 한다. 아내의 자랑이 지나치면 안 될 것 같아 오늘은 자녀 자랑으로만 채워봐야겠다.

 나는 1녀 1남의 자녀를 두고 있다. 하영이와 하준이 남매의 아빠다.

 우리 아이들은 나를 닮아 운동을 잘한다. 
 학교에서 계주 선수를 뽑을 때 당연히 우리 아이들이 뽑힌다. 운동할 때 웬만한 것은 다른 친구들의 습득 시간에 절반 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주 자랑스럽다. 모든 게 나의 운동신경을 닮아 그렇다고 엄청 이야기 해 준다. 나도 꽤 잘 달린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든다는 그 말을 신뢰하는 나로썬 기본을 자녀들에게 선물해 준 것 같아 뿌듯하다.

 하영이와 하준이는 아직 스마트폰이 없다.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 없다는 것은 친구들 사이에서 의도치 않은 왕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지만 부모의 의견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조르지 않는다. 참 감사하고 기특하다.
 
 친구들과의 소통이 원할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있긴 하다. 많은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좋은 활용보다는 안 좋은 피해사례를 더 많이 발견한 우리 부부의 선택이었다. 아직까지 순종해주고 있다는 데 아이들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첫 째 하영이가 별 말 없이 순종하니 자연스럽게 하준이는 누나를 따른다. 

 하준이는 전형적인 남자아이다. 활동적이고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 운동광이다. 거칠 수 있는 아이인데, 의외로 감성적이다.
 부모님과 우리 가족이 예전에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 시작 10분 정도 지난 시점에 하준이가 갑자기 토할 것 같다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겨우 진정 시키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야기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아빠랑 막내 어린 아이가 헤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너무 슬퍼서 마음이 아프면서 토할 것 같았어.


그 사건 이후로 아이를 살폈었다. 부산행이라는 영화를 보더니 눈물을 훔쳤다. 좀비영화를 보면서 왜 울지? 나중에 물었다. 이유는 공유가 마지막에 자신을 헌신하면서 죽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렸다고 했다.

 감성적인 하준이를 보면서 남들의 고통을 느낄 줄 안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론 기특했다. 자신만 알고 남들의 슬픔은 아무런 감정이 일지 않는 지금의 세대와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는지 모르겠다.

 남들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아들의 모습에 참 감사하다. 

 하영이도 다른 친구들 사이에 다툼이 있는 것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이야 사소한 것으로 욕심내며 싸운 일이 있지만, 요즘엔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는 게 우선되는 아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어떤 친구가 자신의 욕심만 채우는 게 못마땅해서 홧김에 그 친구 만나지 말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면 그 친구가 마음이 아프지 않겠냐며 오히려 나를 이해시키고 가르쳤다. 부모와 자녀가 뒤바뀐 것 같아 순간 창피했다.

 내가 한 아이들 자랑엔 세상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모습은 없는 것 같다. 공부를 잘하고 영재고 우월한 신체로 이쁘다거나 외모가 특출나다는 뭐 그런 것은 없다. 다만 남들을 위한 배려를 가진 아이라거나 감성적인 마음으로 고통을 공유할 수 있는 그런 모습의 자녀라는 자랑이다.

 나는 그것이 진심으로 자랑스럽다.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해서 모든 것을 잘하는 친구였다면 더 좋았을 지 모르지만, 지금의 모습에도 충분히 사랑스럽고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이런 아이들이 내 자녀라고 세상이 욕하고 손가락질 하는 팔불출이 될 지언정 만인들에게 자랑해보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하영이와 하준이의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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