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새내기 같은 5년 차의 속 얘기
하퍼 리는 이스트 사이트 아파트에서 <앵무새 죽이기> 원고를 고쳐 쓰고 또 고쳐 썼다. 때론 희열을 느낀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망과 좌절과 절망의 연속이었다.
어느 겨울밤, 초라한 요크 애비뉴 아파트의 책상에 앉아 타이프로 친 원고 한 페이지를 읽고 또 읽었다. 갑자기 그는 지금까지 써왔던 원고를 주섬주섬 모아 창가로 들고 가 창밖의 눈 속에 집어던져 버렸다. 그러고 나서 테이 호호프에게 전화를 걸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행동을 설명했다. 호호프는 그에게 어서 빨리 밖으로 나가 원고를 주워 모으라고 하였고, 호호프의 말을 듣고 하퍼 리는 대충 옷을 걸치고 어둠 속으로 내려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원고를 주워 모았다.
평소 그는 '작가가 되는 것 말고는 어떤 일에서도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때로는 이렇게 깊은 절망감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