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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09. 2023

1만 년 전 원시인의 요리

-Cueva de las Manos, 원시인들이 남긴 삶의 흔적


원시인들의 요리와 현대 이탈리아 요리는 닮은꼴..?!!



    하니와 나는 뻬리또 모레노에서 택시를 빌려 타고 1만 년 전 원시인들이 살았던 동굴로 향했다. 그때 아르헨티나의 팜파스 지역에 살고 있는 비꾸냐(vicuña) 무리를 만나게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꾸냐 무리가 원시인들의 삶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동굴벽화를 보는 순간 비꾸냐는 그들의 사냥감이었으며 원시인들의 행동반경은 대략 30~50km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됐다. 그 현장을 만나기 전에 미리 일러두기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미리 일러두기


칠레-아르헨티나 국경에서 입국 심사를 기다리면서 둘러본 풍경은 낯설다. 이미 다 아시는 사실이지만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둘로 나뉜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칠레가 주로 산지와 강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아르헨타나는 허허벌판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팜파스(Pampas)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1만 년 전 원시인들이 살았던 리오 삔투라스는 계곡을 이루고 강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장차 등장할 풍경 속에서 1만 년 전에 그곳에 원시인들이 살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남긴 암각화는 엊그제 그려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모습이었다. 안내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 작품은 주로 엄마와 아이들이 그린 작품이며, 남자들은 사냥에 나섰을 때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품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저 유추해 낼 뿐이라고 했다. 



누군가 다시 가 봐도 이 모습 그대로이다. 이틀 전에 누군가 그린 듯한 손바닥 그림은 주로 왼손인데 '오른손잡이'가 그렸다. 광물을 이용해 스텐실(Stencil graffiti) 기법으로 손 모양을 찍어낸 그림이다. 손바닥 그림 곁에는 동물의 형상도 포함됐다. 형상으로 보아 안데스 지역에 살았던 라마(Lama) 혹은 바꾸냐(Vicugna) 추측된다. 그리고 사람의 형상도 보인다.



손 모양을 찍은 음각화는 BC 550년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고, 양각은 BC 180년경, 그리고 사냥에 관련된 그림은 10,0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추정치는 스탠실의 안료에 사용된 도구의 탄소연대 측정법으로 연대를 추출한 것이다. 



손바닥 그림은 사냥으로 잡아온 동물의 뼈(골수를 뺀)를 이용해 동물 기름과 주변에서 채취한 미네랄(흙)을 적당히 배합해 안료를 만들고 오른손으로 찍어 입으로 훅~불어서 손바닥 그림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주 동굴의 깊이는 24m이고, 입구는 15미터이며, 높이는 대략 10m에 이른다. 동굴은 안쪽으로 들어가며 차차 낮아지고 최종적으로 2m에 달한다.


입국 심사가 끝나고 뻬리또 모레노로 가는 길은 바람이 몸씨도 불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특유의 팜파스 지형이 길고 넓게 펼쳐지면서 장차 우리가 만난 손바닥 그림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암각화가 그려진 목적지까지는 눈에 크게 띄는 비경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원시인들이 살았던 동굴 주변에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흙들이 계곡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시 사냥에 나섰던 원시인들이 걷거니 뛰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매우 제한적이었을 것이므로, 1시간에 3km를 걷거나 뛰었다면 이들의 행동반경은 30km나 되었을까.. 어떤 때는 사냥을 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동굴로 돌아갔을 것이며, 또 어떤 때는 생각보다 많은 동물을 사냥했을 수도 있을 것. 아무튼 손바닥 그림을 보고 난 후 상상력은 점점 더 극대화되었다. 지웠다 또 상상..


지난 여정 <파타고니아, 1만 년 전 손바닥 그림> 편에서 살펴본 글을 다시 한번 더 복습하며 선사시대의 원시인들이 살았던 동굴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위치를 구글지도에서 캡처해 보니 이러하다.


위 지도출처: 구글지도(링크)를 확인해 보시면 놀라운 장소가 나타난다. 지금도 설레는 장소..


우리는 칠레의  헤네랄 까르레라(Il 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 호수를 건너 아르헨티나의 뻬리또 모레노(Perito Moreno)에서 1박을 한 후 현지의 택시를 타고 꾸에바 데 라스 마노스(Cueva de las Manos_리오 핀투라스 암각화)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거리는 118km이고 1시간 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마침내 1만 년 전 원시인의 손바닥 그림이 그려진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1만 년 전 원시인의 요리

-Cueva de las Manos, 원시인들이 남긴 삶의 흔적



서두에 원시인들의 요리와 현대 이탈리아 요리는 닮은꼴..이라고 언급했다. 과연 그럴까?



어느 날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현대 요리 왕국 이탈리아 요리가 추구하는 트렌드를 알게 됐다.



이탈리아 요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괄띠에로 마르께지(Gualtiero Marchesi) 선생이 대표적인 예이다.



나는 그분의 가르침에 따라 이탈리아 요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깨닫게 됐다.



그리고 선생의 가르침 속에는 요리사들이 간과하는 과정을 무시로 깨우쳐주고 있었다.



당시 그분께서는 반복적으로 만들어지는 요리가 안타까웠던지 요리사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이으셨다.



선생께서 보시기에 보통의 요리사들에게 예술혼이 없거나 창작에 대한 생각이 덜했기 때문이었을까.. 



요리는 짜장면이나 짬뽕처럼 주방에서 복사(?)되어 나오는 게 아니라 미식의 분야이다.



미식가들이 중국집 앞에서 줄을 서지 않는 이유는 그리 흔치 않다.



현대 이탈리아 요리는 셰프가 만들어 내는 창작에 찬사를 보내며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맛집(미슐랭)을 찾아 머나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사전에 예약을 하고 찾아온다.


꾸애바 대 라스 마노스 관리소 안내원으로부터 동굴 벽화 설명을 듣는 일행들 가운데 맨 우측에 하니가 분홍색 얼굴 가리게를 하고 있다. 내겐 참 소중한 장면이다.


특정 리스또란떼의 셰프 손에서 만들어진 작품(요리)을 맛보고 싶은 것이다.



이탈리아 북부 삐에몬떼 주에 위치한 한 리스또란떼서 일할 때 손님들이 프랑스나 독일 등지에서 알프스를  넘어온 이유가 무엇인지 처음에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드라이브 삼아 올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왜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미슐랭 별을 단 리스또란떼를 찾아왔는지 알게 됐다. 그들이 찾고 있는 요리는 앞서 언급한 선생의 가르침에 합당한 요리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현대 이탈리아 요리의 트렌드는 식재료는 물론 양념이 매우 간결한 게 특징이다.



요라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최소한의 양념만 사용하게 된다.



특정 식재료에 양념을 지나치게 뒤범벅하면 식재료 본연의 맛이 사라지거나 떨어지게 된다.



미식가들이 특정 리스또란떼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 같은 요리법에 충실한 곳을 찾기 때문이랄까..



선생께서 강조한 예술혼이 가득한 1만 년 전 원시인들이 살던 동굴 속에 빼곡하게 그려진 손바닥 그림..



그들이 야생에서 사냥해 온 비꾸냐를 요리할 때 사용한 양념은 매우 간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굴에서 사냥터로 이동하면 지천에 널려있는 게 미네랄이었다. 손바닥 그림도 미네랄을 주원료로 안료를 만든 것이다.



희한한 일이다. 1만 년 전이 원시인들이 사용했던 원시적 요리법이 현대 이탈리아 요리의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다니.. 우리의 DNA 속에는 원시 본능이 그대로 살아있나 보다..!


Le tracce delle vite lasciate dagli uomini primitivi_Cueva de las Manos
il 08 Giugn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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