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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13. 2023

Laguna Torre, 그 숲길을 따라

-엘 찰텐, 라구나 또레 가는 길 #16


"아직 완성되지 못한 기록은 언제쯤 완성될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땅.. 사진첩을 열어보니 맑고 고우며 향기로운 나라의 풍경이 빼곡하다. 저 멀리 라구나 또레로 흐르는 빙하가 느낌표를 연출하고 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나라.. 



지난 여정 <맑고 고우며 향기로운 나라> 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게 어느덧 두 해를 보냈다. 아직도 못다 한 기록.. 저편에서 나를 부른다. 



만년설과 빙하에 덮인 산하.. 이곳은 남미 아르헨티나 지역의 파타고니아 엘 찰텐의 라구나 또레의 피츠로이 산군이다. 어느 날 하니와 나는 마음먹고 라구나 또레를 다녀오고 싶었다. 



우리가 묵고 있었던 숙소로부터 그다지 먼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초행길의 답사는 적지 않은 인내를 요구했다. 당시 라구나 또레로 가는 오솔길에는 우기(가을)가 찾아들며 떨기나무와 고목이 알록달록 물들기 시작했다. 때 하나 묻지 않은 청정지역..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천국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발길을 옮기고 있는 이곳은 까마득히 오래전 바닷속이었다. 장차 만나게 될 그 산중에는 온통 화석의 무덤이었다. 맑은 물이 졸졸거리며 흐르는 작은 골짜기의 납작한 돌을 들출 때마다 화석이 발견되었으며 암모나이트 화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곳은 바람의 땅이었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은 당장이라도 사람을 날려버릴 태세였다. 


이날 라구나 또레로 가는 길에 빗방울이 후드득거렸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가끔씩 굵은 빗방울이 라구나 또레의 먹구름으로부터 날아다니는 것이다. 이날 우리는 우비가 없었으므로 즈음이 걱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목적지를 코 앞에 두고 되물릴 수 없어서 하니와 나는 진군을 계속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한 순간이었다. 물론 무탈하게 숙소로 돌아왔지만 고맙게도 숙소 가까운 곳에 도착했을 때 보슬비가 내렸을 뿐이다. 비록 옷은 젖었지만 숙소에서 말리는 그만 아닌가. 



바람과 시간.. 둘 다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면서 다녀온 여행지의 기억을 통해 우리가 무사한 이유 등을 생각하며.. 이 또한 보이지 않는 조상님의 음덕에 힘입은 게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결과는 반드시 어떤 과정을 거치게 마련인데 무작정 떠난 여행지에서 숙소를 구한 일은 물론, 엘 찰텐 곳곳을 누비며 다닐 때에도 무탈한 것에 대해서도 누군가의 보살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라구나 또레로 이어지는 숲길 곁에는 나목들이 춤을 추고 있었는데 바람이 할퀴고 간 자리가 선명했다. 



바람이 얼마나 성깔지게 할퀴었는지.. 



어떤 나무들은 그들이 잘 갖추어 입은 옷 대부분이 뜯겨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면 그럴수록 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바람이 그린 풍경화였으며 걸작품이었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절대 그저 되는 법이 없다. 한 점의 미술 작품을 그릴 때 쏟는 열정은 아무것도 아닌 셈이랄까.. 



그 산중에는 신의 그림자가 가득했다. 



신의 그림자는 바람과 시간처럼 형체가 없다. 다만, 당신께서는 당신의 모습을 아름다운 형체로 남기고 있을 뿐이다. 하니와 나는 그 전람회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행복했던 시간들이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다시 우리 설날을 코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돌아보면 기적 같은 일들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다. 




Laguna Torre, 그 숲길을 따라

-엘 찰텐, 라구나 또레 가는 길 #16




   서기 2023년 6월 13일 한밤중(현지시각),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서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 다녀온 아르헨티나의 엘 찰텐에 위치한 라구나 또레로 가는 여정을 만나고 있다. 포스트를 기록하기 시작한 지 어느덧 두 해가 흐르고 있다. 참 야속한 시간들..



라구나 또레로 가는 길에 만난 숲길은 우리가 맨날 보던 풍경과 사뭇 다르다.




우리가 자라면서 늘 봐 왔던 솔숲과 떡갈나무가 있는 풍경과 다른 나무들의 모습이 그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 숲 속의 나무들은 얼마나 힘들었는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절로 느껴진다.



우리가 겪은 이곳의 날씨는 생각보다 매섭다. 바람은 날 선 칼날처럼 모든 것을 베어낼 것처럼 사나웠다.



우리가 이곳에 머물고 있는 동안 하니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라며 길을 재촉했다.



바람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빠르게 지나간 어느 날.. 라구나 또레의 숲길을 다시 만나면서 열어둔 음악에서 진한 그리움이..



메기의 추억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메기아

내 희미한 옛 생각

동산 수풀은 우거지고

장미화는 피어

만발하였다

물레방아 소리 그쳤다

메기 내 사랑하는

메기야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메기아

내 희미한 옛 생각

동산 수풀은 우거지고

장미화는 피어

만발하였다

물레방아 소리 그쳤다

메기 내 사랑하는

메기야


*링크한 음원의 가사와 차이가 있음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메기야 네 희미한 옛 생각 



동산 수풀은 우거지고 장미화는 피어 만발하였다 



물레방아 소리 그쳤다 메기 내 사랑하는 메기야 


이 숲속에 송충이를 닮은 벌레가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동산 수풀은 우거지고 장미화는 피어 만발하였다 



옛날의 노래를 부르자 메기 내 사랑하는 메기야 



동산 수풀은 우거지고 장미화는 피어 만발하였다 



물레방아 소리 그쳤다 메기 내 사랑하는 메기야..



시간을 지내놓고 보니 '메기의 추억이' 곧 우리의 추억으로 바뀌었다.



그곳에 메기 대신 하니가 오롯이 남아 길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전 동무(친구)들과 함께 따라 부르던 그 노래가 변신을 거듭하며 디지털시대에 부활한 것이랄까..



한 때 꿈도 많았던 친구들이 어느덧 백발이 성성하고 손주들 사랑에 빠져 하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다행인지 하니와 내게 하늘이 준 선물 때문에 우리가 걸었던 숲길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은 것이다.



한밤중에 일어나 라구나 또레의 숲길을 걷는 동안 귓전에 맴도는 메기의 추억..



숲길을 벗어나자 라구나 또레서 흘러나온 빙하의 물이 강을 이룬다. 이곳은 태곳적에 빙하가 차고 넘치던 곳으로 우리가 이동하는 곳은 최후(?)에 남은 호수보다 작은 물웅덩이.. 사람들은 그곳을 '라구나 또레'라 부른다. 걸음을 재촉해 곧 시간 저편의 비경을 만나본다. <계속>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_LAGUNA TORRE PATAGONIA ARGENTINA
Il 13 Giugno 2023, La Disfida di Barletta in ITA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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