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리영 Apr 23. 2018

꾸준히 의식하는 것, 그렇게 관계를 유지하는 것

식물과 함께 살아가다 From 돈암동책방식물방








나 아닌 다른 생명과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쉰다는 건, 꽤나 특별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꽃, 식물, 나무가 방에 한 자리씩 앉아 있고 내가 그들의 존재를 느낀다는 것. 그리고 그들을 매일 살핀다는 것. 우린 어떤 관계일까.


사람이 아닌 다른 생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게 된 건 자연을 향한, (특히 광합성을 하는 아이) 무조건적인 나의 애정에서 시작된 일이었지만.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해야하는 일은 많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다. 대신 조금 소홀하면 금세 생명의 기운은 꺼진다.







'영경아, 너 방 식물이 어떻게 잘 자라?' 라는 물음에 늘 하는 답을 나열해보자면.
꽃은 되도록 매일 물을 갈아준다. 식물은 2-3일에 한번씩 속 흙과 겉 흙을 살핀다. 볕이 좋은 날에 빛을 직접 쬐어주고 환기를 시켜준다. > 교과서인 답을 한다. 뭐, 사실이니까.







 이 외에 할 일은 꾸준히 의식하는 거다.
광합성 하는 아이들의 특성은 나처럼 볕을 좋아한다는 것. 그렇다고 나 역시 눈부셔 하는 직사광선 말고 적당한 볕.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게. 건조한 공기가 호흡기 건강의 적이듯, 식물도 그렇다.

결국 이 아이들이 어떤 환경을 좋아하는 지. 공기의 요소들을 매번 '상상'해보아야 한다.
지금은 이 아이들에게는 어떨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고, 혼자 답해봐야한다.  






사실 마지막에 말한 이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꾸준히 존재를 의식하는 것. 존재를 잊지 않는 것말이다. '바쁘다'는 말을 할 때면 금새 내 머릿 속에는 식물의 존재는 없어지고만다. 그럼 내 방에 생명의 기운도 꺼진다. 시들어 있는 잎을 볼 때면 마음이 좋지 않다. 쓰리다.


나와 식물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일을 나열해보았지만, 쓰고보니 다양한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구나 싶다.


너의 존재를 잊지 않는 것.
내 의식 속에 꾸준히 너가 있는 것.
그렇게 관계를 죽이지 않는 것.

매거진의 이전글 각기 다른 초록들의 조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