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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ka Mar 22. 2016

01. 데빌포스III ~검과 꽃다발~

추억 보정을 넘어선 애틋함 

  브런치에 글을 쓰고 나서부터, 내 머릿속에 있던 글들을 정리하고 있어서 스스로 공부가 많이 되는 것 같다. 노답 게이머(...)로서 게임에 관한 두서없는 글을 쓰고 있지만 특정 게임에 대해서 쓰는 첫 글은 정해져 있었다. 오늘은 그 게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쟈쟈쟌 이라는 효과음과 함께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 뭐냐는 질문에 항상 이 게임을 꼽는다. 이것은 추억 보정일 수도 있지만, 나의 노답 게이머로서의 첫발을 내딛게 해 준, 많은 의미가 있는 게임이다. 


  90년대 중후반에 디스크 게임을 해본 게이머라면, COMPILE사의 게임을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특히 환세취호전 모든 초등학교 컴퓨터에 깔려있어 누가 깔았는지 세이브 슬롯이 매 시간마다 갱신되는 (...) 학년 불문 방과 후 단체미션이었음 이 더 유명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COMPILE사는 당대 인기 있는 게임들을 많이 배출시킨 회사이고 뿌요뿌요라는 마법의 우물 IP의 본거지였다. 하지만 경영자는 게에 임도 없는 취미생활에 다른 뜻을 두고, 본인이 코스프레 광이었다는 듯 경영을 신나게 하셨다는 소문이 있다. 뿌요뿌요 빵을 신나게 만드시어 요식업 진출에도 뜻을 두셨다. 게임 개발을 주로 하고, 게임 캐릭터 사업과 병행했어도 롱런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뿌요빵이나 뿌요 푸딩이나 뿌요뿌요 젤리나 이런 캐릭터 파생 사업은 요즘 시대에는 잘 먹혔을 텐데. 그때 당시에는 망조 조짐이 있었던 듯. 

 찾아보니 뿌요만 이라는 이름으로 망조 게임회사의 인공호흡을 담당했었던 듯. 엄청 귀엽다.. 아니 게임회사가 만두에 CPR 받는 것도 웃기지만 


이미지 출처: https://twitter.com/puyo_chatterbox



  환세 시리즈데빌 포스3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많이 길이길이 퍼져 완벽한 한글화로 그 뜻을 길이길이 펼쳤다. 데빌 포스3은 1996년에 발매가 되고, 디스크 스테이션이라는 잡지의 국내 발간과 국내에 풀 한글화로 오오 함께 배포가 되었고 그 이후에는 정보에 바다에서 많은 이들에게 광명을 주었다. 

 외국에서는 이를 Abandoned Software라고 부르는 듯하다. 버려진 소프트웨어 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에서도 언팩 되어 실행파일(...)이 공유되었다. 3mb 남짓한 파일이 공유되었는데 당시의 플로피디스크와 CD의 저장용량을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용량이다. 내 장작 깨비도 10mb가 넘는다.



스토리 라인


이게임의 전반적 클리셰 라인이지만 감동적인, 한 시골마을 출신의 주인공이 폭정에 못 이겨 침략에 대항해 레지스탕스를 만들어 성장하고, 국가 영웅으로 (...) 마왕까지 순삭 하는 스토리이다. 그래도 이 게임의 스토리는 밝거나 희망차지 않고, 암울하다. 모든 이에게 해피엔딩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제작자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왜 때문에! 오히려 그로 인해 이 게임의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은 말이 없다. 표정 변화도 딱히 없어 주변인들이 쿵짝쿵짝 잘 맞춰주고 '그랬다고?' 라며 대화를 이어간다. 독심술이라도 쓰는 듯. 그런 걸 보면 실제로는 무언가 말을 하지만 유저만 못 보는 것 같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동료들과 짧은 대화를 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동료들의 생각과 캐릭터의 성격이 잘 드러나 스토리에 좀 더 몰입하게 해 준다. 말이 없는 주인공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유저는 추측할 뿐이며, 이 전쟁의 아픔이 배로 다가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동네 영웅이 국가 영웅으로 나아가 세계까지 구한다라는 스토리라인은 많은 게임들에서 볼 수 있다. 이는 어찌 보면 굉장히 흔하고, 별로 생각이 없어 보일 지도 모르지만 주변인들에 의해 그 스토리는 여러 개의 가지로 뻗어 나간다. 다양한 출신의 다양한 성격들의 동료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그것은 이 게임이 주는 또 하나의 감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들 각자의 이유가 있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야망에 의해 움직인다.  



게임 디자인


 맵 디자인은 타일 맵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기본 도트가 멋짐.. 색감도 멋짐 캐릭터 토르소 그래픽은 메인 캐릭터를 포함 대부분의 아군의 얼굴이 디자인되어 표현되어 있다. 메인 캐릭터는 고유의 그래픽을 가지고 있고, 차원이 다르다 차원이! 같은 직업군으로 고용하는 용병은 메인 캐릭터와 비슷한 느낌으로 눈이 가려져 있거나 옆모습이거나 등등의 그래픽으로 표현되어있다. 아마도 인게임에서 직업군에 따라 똑같은 캐릭터 그래픽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일 듯.

  실제로 이 적은 용량의 한계를 느낄 수 없는 것은 인게임 배틀 모션과 디자인이다. 당시의  SRPG 게임들은 대부분 왼쪽에 아군, 오른쪽에 적군을 배치하여 2D 공간에서 꿈틀거리는(...) 모션과 함께 배틀한 게임이 많았다. 하지만 데빌 포스III에서는 3D 배틀필드에서 상단에 적군의 캐릭터, 하단에 아군의 뒷모습이 배치되어 있고, 공격, 가드, 회피 모션이 실로. 굉장하게. 엄청난 모션 감을 보여준다. SF나 KOF 같은 대전 격투와 맞먹는듯한 느낌적인 느낌 전투 애니메이션에 필요한 프레임 역시, 당시의 도트 그래픽으로 된 게임들이 대부분 많은 프레임을 할애하지 않았던 반면 거의 30 프레임에 가깝게 나의 체감이므로.. 머리칼이 바람에 휘날리는 정도까지 표현되어있다. 캐릭터의 들숨날숨도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크 ㅠㅠ


레니스의 회피모션은 실로 멋지다. 머리칼이 부드럽게 휘날림..

 

프레임이 늘어날수록 수록 디스크의 용량 제한 문제 등의 애로사항이 많았던 시대에 이러한 모션을 표현하기 위해 '스프라이트'라는 표현방식으로 캐릭터의 움직임의 잔상이 눈에 착시를 일으켜 많은 프레임을 표현한 듯하게 했다고 한다. 인간은 한계를 뛰어넘는 성장을 한다.  

이미지 출처: http://papito.tistory.com


 갑자기 생각난 것이지만 나는 이 게임을 사촌이 하는 것을 보고 클리어 후에 CD를 빌려와서 집에서 실행했던 기억이 있는데, 초반 능력치 배분 화면에서 진행을 못했던 기억이 난다. 보통 캐릭터를 생성하는 화면에서, 힘 민첩 등의 능력을 배분하는 UI는 대부분의 장르의 게임 등에서 많이 활용되는 UI이다. 꼬꼬마 게이머였던 나는, 초반 단계부터 눈멈을 경험했다. 능력치를 배분하는 UI의 의미를 알지 못해 시작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능력치 포인트를 남겨둔 채 다음으로 넘어가려 할 경우의 얼럿 처리도 없다. ㅠㅠ 지금의 UI에서는 그러한 어린양을 구제했겠지만... 나는 데꿀멍 한 채로 의미 없이 방황하다 한동안 포기했다가 후에 이러한 UI의 참뜻(...)을 알고, 비로소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우스운 상황이지만, 캐릭터 능력치 분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나의 원대한 꿈은 근 며칠 만에 시작도 못한 채 막을 내리고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추억을 일으키는 순간의 사운드트랙


인지심리학에서 귀벌레 현상Earworm 이라는 것이 있다. 올리버 색스의 책, <뮤지코필리아Musicophilia>에서 말하는 귀벌레 현상은 특정 음악이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도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광고에서 광고음악 등으로 활용되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신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귀에 계속 맴도는 병적인 사례로, 국민연료..썬... 치료가 필요한 케이스로 소개가 많이 되지만 귀벌레가 음악을 먹어 뇌 속에 (...) 저장시켜두고 있다가, 특정 음악을 다시 들었을 때 어떠한 순간을 되살리는 경우도 있다. 


 후에 성인이 되고, 한동안 잊혀 있다가 무슨 추억 바람이 불었는지, 음악이 너무 듣고 싶어 CD를 뒤지고 뒤져 아이튠즈에 넣어 틈날 때마다 재생시켰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무의식적으로 듣곤 했다. 셔플 중에 그 노래가 나오면 나는 끝나기 전에 반복해서 듣곤 했었다. 종종 그 노래가 셔플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흘러나오면, 그때 나는 나의 파릇파릇했던 나의 게이머로서 눈을 뜨던 그 시절, 풀벌레가 우는 방에서 가네다의 빨간 오토바이가 세워진 그 책장 앞에 있던 그 컴퓨터와 의자의 느낌이 그대로 재현됨을 느꼈다. 나의 꼬꼬마 게이머 시절의 기억과 내가 헤맸던 경험, 게이머로서 눈뜰 수 있었던 그 추억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사람들은 추억이 일으키는 순간의 사운드트랙을 가지고 있다. 나도 무의식 중에 내 머릿속에서 오케스트라를 열고, 그 기억 속 오케스트라의 플레이리스트는 내가 좋아하고 사랑했던 어린 내 기억의 리스트였다. 

Intro Theme는 이름에 걸맞게(...) 시작부에서 나오는 음악이다. 나는 이 음악을 굉장히 좋아한다. 

 모두의 브금 저장소에서 들을 수 있다. 

http://bgmstore.net/view/7ywpn

  국내에 이 사운드트랙을 리메이크하신 분의 링크도 있다. 오케스트라 풍으로 멋지게 리메이크 하심. 코멘트에서 감동의 물결을 느낄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86vRu1z7H0




그래서 행복하게 앞으로도 계속


데빌 포스 III 에서는 엔딩을 보면, 스탭 롤과 함께 내가 이때까지 만났던 동료들의 후일담이 짧게 펼쳐진다. 일개 스쳐 지나갔던 아군 캐릭터도 후일담이 있다. 나는 첫 번째 플레이에서 뭔가 덜 끝낸 느낌을 받았다. 그게 바로 이러한 후일담 때문이다. 


 나는 2회 차 플레이부터, 모든 동료를 버리지 않고 클리어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단지 모두의 후일담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료들을 버리지 않고 클리어를 하려니 난이도가 배로 올라갔다. 약골 캐릭터는 충분히 육성시켜 두지 않으면 몇 방만 맞아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초반부가 힘들었다. 리저렉션이 없는 초반부의 경우는 모든 턴을 계산하여 다음 턴의 적의 공격에 맞지 않게 하는 이런저런 전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략 시뮬레이션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에서도 이러한 동료를 소중히(...) 메커니즘이 있는데, 동료 캐릭터가 죽으면 짤막한 단말마와 이슬 속으로 사라지는 경우이다. 그리고 영원히 볼 수 없다. 현실 고증 넘 철저한 것


 사실 이 게임은 주인공 레니스가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주인공 버프로 먼치킨이 되어 최종 보스를 요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몇몇 스테이지에서는 주인공만 출격시켰을 때의 대사도 있다. 오오 주인공 버프 하지만 나는 2회 차부터 동료를 소중히(...) 하여 모든 동료들의 후일담을 보고 싶었다. 그것은 고난과 역경의 나날의 계속이었다. 모든 캐릭터들의 생존권을 쥐고 있으면서, 모두를 다 육성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약골 캐릭터를 키우는 방법으로 잘 알려진, 마지막 공격을 약골 캐릭터에게 넘겨주는 플레이가 계속되었다. 이거 뭐 단데기 잉어킹 키우기도 아니고 이전의 나는, 주인공 캐릭터에게 몰빵 하여 주변 동료들을 소중히 하지 않았다. 게임을 끝내면 그것으로 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게임을 통해, 주변인들의 소중함을 배웠다. 그 이후로 계속된 나의 게임 플레이에서도 주인공 주변의 다른 동료들을 함부로 버리지 않게 되었다. 일본 게임의 클리셰인 '仲間' 속성에 취해버렸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이후로 후일담이 있는 게임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나와 함께 했던 동료들의 이야기가 계속되어, 내가 아직도 이 세계관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끝이 아닌 시작으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게임이 엔딩 스탭 롤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게임 화면에서 빠져나오지만, 그들은 그들의 서사시를 계속 써나 갈 것이라는 느낌 때문이다. 


 이 게임의 부제는 검과 꽃다발 剣と花束 이다. 후에 유저는 의미를 알게 되고, 그것은 이 게임이 많은 이들의 추억속에 잠겨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데빌 포스III은 나의 추억 서랍에 깊숙이 잠겨 있는 게임이다. 좋아하는 게임이 뭐냐는 질문에 이것은 무척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나는 아직도 고민 없이 그 게임이 제일 좋았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많은 질 좋은 게임들이 나오고 나는 많은 게임을 해 나가겠지만, 나는 아직도 그 게임이 제일 좋다. 추억 보정을 넘어선 애틋함이 나를 고민 없이 대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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