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너무도 중요했던 시험을 보러 가던 날 아침, 고사장까지 가는 차 안에서 아빠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우리 큰 딸~!
가서 퍼즐 푼다 생각하고 편하게 갔다 와
긴장으로 밤새 잠도 못자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 어찌 보면 속 편한 소리로 들릴 수 있었겠지만, 아빠가 그렇게 이야기해주시는 순간 마음이 탁 놓였다. 1년에 한 번 뿐이라 사실 모든 수험생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시험인데, 그래 뭐 까짓것 그냥 될대로 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빠의 주문 때문인지 1차 시험에서 생각보다 결과가 좋게 나왔다.
어렸을 때부터 일하시느라 바빠 우리 삼남매와 자주 시간을 보내주시진 못했지만 늘 가장의 자리에서 응원해주셨던 아빠.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에 한번씩 결정적인 한 마디를 해주셨던 아빠.
대학교 4학년 때였나? 그 때 딱 한 번 전화 통화 중에 아빠의 고충을 들었었다. 항상 굳건한 바위처럼 늘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그 자리에 계셨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아빠도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잊지 못할 재밌는 기억도 있는데, 학창시절 엄마는 아침잠이 많아 늘 지각을 겨우 면하는 딸들에게 밥 한 술 더 먹이려고 늘 안간힘을 쓰셨었다. 이불도 걷고 소리도 치시고 달래기도 하고... 5분만, 5분만 하면서 항상 투정을 부렸었는데, 한번은 보다 못한 아빠가 아주 조용히 그것도 속삭이듯이 한 마디 하시는 게 귀에 쏘옥 들어왔었다.
그냥 놔두세요~ 못 일어나면 지각하는 거지
그 말 한 마디가 너무도 또렷하게 들렸는데 그 뒤로 엄마도 깨우지 않으시니 불안해서인지 잠이 확 달아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잘할 때나 잘 못할 때나 늘 현명하게 그만의 방식으로 인생의 지혜를 알려주셨던 아빠. 부모가 될 나이가 되니 아빠의 여유롭고 차분한 대처 방식을 닮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