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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오 Mar 24. 2017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3년 만에 인양되는 세월호를 보며...

3년 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만나고 수업을 하는 그런 날이었다. 제주도로 향하던 배가 무엇 때문인지 나아가질 못하고 있었고 뉴스에서는 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전원 구조될 거라 했었다.


생방송으로 상황을 중계해주고 있었고 구조가 진행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니 다행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후 조금 침몰했을 때도 '전원 구조'라는 자막을 보며 별 사고가 아니었구나 싶었고, 그 날 하루 시간 날 때마다 뉴스를 봤는데 한 치의 의심없이 구조가 늦어지나보다 했었다.




모든 사실이 밝혀졌을 때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마냥 너무도 어이가 없고 믿기지도 않아 보도가 잘못된 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다음 날 평소와 같이 수업을 하는데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사고 순간이 상상되며 '만약 우리 학교 아이들과 저 상황에 놓였었다면 내가 어떤 걸 할 수 있었을까? ' 이 한 문장만이 하루 종일 머릿 속을 맴돌았다.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발랄해보였다. 세월호 안에 갇혀 있었던 아이들도 배가 가라 앉기 전까지는 천진한 학생의 모습, 내가 매일 보는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꽤 오랫동안 이 사고의 충격이 가시질 않았다. 언제 어떻게 돌발 사고가 날 지 모르는 학교 현장에 있으면서 여러 일들을 겪고 응급처치 교육을 자진해서 받으러 간 적이 있었다. 학생들 뿐 아니라 나의 가족, 혹은 행인들 누가 갑자기 어느 때 쓰러질 수도 있으니 기본적인 것이라도 알아두면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렇게 배가 침몰한 경우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아예 없었고,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면 스피커를 통해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듣고도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단체 활동을 하는 학교에서 '방송'은 꼭 지켜야만 하는 것, 절대적인 지시이다. 가끔 방송사고가 나서  무슨 일인지 갸우뚱하며 복도를 내다 봐도 대부분의 교실은 조용하다. 사고가 났다면 곧 수습될 것이고 이는 또한 방송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업 시종은 항상 규칙적이고 이를 알리는 종소리도 명확하다. 방송은 질서를 위해 지켜야만 하는 명령이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학교는 질서정연하게 잘 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배 안에서 그리 방송되었다면 대부분의 교사와 학생들은 이를 철저히 따랐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왔어도 쉽사리 다른 행동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때 옳은 지시만 내려왔더라도, 좀 늦었더라도 제대로 구조가 진행됐더라면 전원 생존했을거란 생각에 마음이 너무도 아팠다.



세월호을 보며 아이들을 책임지는 교사로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보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행동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사고 현장이 나도 모르게 머릿 속에서 시뮬레이션되면서 이렇게 저렇게 해서 살리는 꿈을 꾸며 밤잠을 설칠 정도로 괴로웠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너무도 내 일 같이 느껴져 죄책감이 들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많은 아이들을 구조했던 의인이 3년이 지난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더 구조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일상 생활이 힘들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같은 사람이지만 어떤 이는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살 길만 찾고, 어떤 이는 모르는 척하고 아니 정말 아무렇지 않아 하고, 어떤 이는 더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찰나와 같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신이 있다면 육체적으로 너무도 나약한 인간에게 무엇을 바랄까? 또 인간이란 생명체를 왜 하나가 아닌 무수히 많이 만들어냈을까?


몸은 사라질지언정 정신은 영원하고, 타인과 함께하는 삶에서 무언가 중요한 걸 얻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이를 구한 의인에 대한 기사를 보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자신의 생명도 소중하지만 그보다 더 중한 것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는 이들.


그들에게 목숨보다 중요했던 건 '인간다움', 바로 인류애였을 것이다.


불가능하다 떠들던 세월호 인양이 하루만에 진행되는 걸 보니 너무도 화가 치민다. 하루 빨리 작업이 완료되어 지난 날의 의혹들이 속히 밝혀지고 문책과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져 유가족 분들과 여기보다 나은 세상에 있을 아이들이 편해졌으면 한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비극이 벌어지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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