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보러 가는 길
시험 보러 가는 길
최근 지원한 회사의 입사 필기시험을 보러 갔다. 시험장이 집에서 2시간 걸리는 곳이라, 새벽 6시에 지하철에 올랐다. 토요일 이른 시간인데도 지하철에 사람이 꽤 많았다. 그리고 그중에서는 나와 목적지가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어제 잠이 안 와서 3시간밖에 못 잤다.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중해서 시험을 봐야 하는데 잠을 푹 자지 못해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하철 안에서 잠이 잘 오는 것도 아니었다.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지하철 안에서 보내야 했기에 자리에 앉아서 정리해놓은 필기 노트를 보았다. 어제 본 것인데도 기억이 안 나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게 한참 몰두해서 노트를 보다가, 잠시 쉬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순간 소름이 돋았다. 지하철 안에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다니. 알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보니 급격히 현실로 다가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붙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갑자기 위축이 되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떨어지면 더 좋은 곳 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취직이 되긴 하는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이 끝나고
시험장에서 나와 헷갈렸던 문제들을 다시 찾아보았다. 맞은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었다. 그런데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붙으면 감사하고, 떨어져도 괜찮다. 나와 인연이 닿는 곳이면 될 것이고, 아니면 안 될 것이니.
생각해보면 불안감을 느낄 때는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았을 때였다. 모든 것을 운에 맡겨야 했으니까. 하지만 열심히 준비한 경우에는 마음이 좀 편하다. 나의 짧은 인생을 돌이켜보면, 최선을 다했을 땐 바로 좋은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현실 자각을 하다가 희망에 차다가를 반복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아직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노력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서 좋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나를 믿는 것이다. 내가 나를 안 믿으면 누가 날 믿을 수 있을까. 다시 돌아온 취준이라는 시간은 끊임없이 나는 믿는 연습의 시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