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탁
꽃이 향기로운 것은
꽃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피었다 지기 때문이다
뿌리와의 첫 약속
너에서 너를 드러내며
세상에 피어나는 이유
꽃이었기 때문이다
그 처음의 절조
낙화로 지켜 내지 못하고
향기 버리는 홀가분 헛되이
거꾸로 매달린 형벌
풀물 내리 쏠려 어지러이
주검마저 아름다워져야 하는
드라이플라워
속 마르는 처연 알아 가는 동안
떠나 버린 자색 순간이었음을
어찌 알아 버렸다
어찌 알아 낯빛 바꿔
부서질 듯 말라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