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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13. 2016

소쩍새

철쭉꽃 비가

김주탁


보이려고 봄이 었던가
산에는 진달래 분홍이었다
산비들기 구국 구구국 울음 섧히 버린다
정신 나간 처자가 마을에 스미어 든 것은
밭 냉이 꽃이 마저 피고 있을 때였다
귀밑머리 가득 꽂힌 진달래의 헤픈 웃음
달아 오른 봄을 버들가지로 채찍 하며
논둑을 휘청 밭둑을 한들거리며 
사람들 골목으로 꽃꿀처럼 고여 들었다
더러는 꽁지 밥 더러는 들밥에 신이 나서
침 젖은 눈빛 보고 둥글
침 마른 입술 보고 빙글 
두 팔 벌려 돌고 돌아 정신의 중심에 서는
미친년은 철쭉 붉게 피는 이유를 몰랐다
소쩍새 슬피 우는 까닭을 몰랐다
밤이 오면 개 짖는 소리 무서워
상여 꽃 안고 자는 성황당
사람 아닌 귀신이 무섭지도 않았다
그렇게 마을에는 야화가 피어 있었고
청보리 발목 스치는 무심한 들바람이
불고 있었다
봄비가 서너 번 뿌리고 갔다
빗물이 무거워 진달래 지고 있었다
소쩍새 소리 뒷 산을 이고 왔다
철쭉꽃은 성황당에서 밤을 새우고 성큼 왔다
여자와 아이들은 몰랐다
사립문마다 철쭉 꽃잎 뿌려지는 이유를
그렇게 철쭉은 집 앞마다 서성거리다 
남정네들 비밀 속으로 숨어들고 있었다
어느 날 미친년이 가버린 것도 
철쭉꽃이 다 져버린 것도 잊혀져 갔다
이듬해도
여름 장마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마을 어귀 목신의 눈도 젖어들었다
그 눈물을 마시는 웃음이 마을로 들려왔다
장대비를 죽순처럼 등에 메고
미친년이 돌아왔다
등에는 포대기로 베개 질끈 들쳐업고
미친년이 돌아왔다
장마가 거치고 만수의 저수지에는
환하게 부풀어 오른 웃음 
가슴에 베개를 안고 떠 올랐다
마을을 온통 적신 미끈 유월비가
침묵하며 그쳤다
소쩍새가 다시 울기 시작했다
철쭉 울음 붉게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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