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호 Aug 16. 2016

신세

김주탁


사십 초반 무렵이었지
남들이 재혼이냐고 묻는 늦은 결혼
태어나 처음이었던 
나의 집으로 그녀를 부르기 위해
풀풀 도배도 하고 
덕지덕지 페인트도 칠해 가면서
지식 동규 상호의 손때 발때 묻혀 가면서
신문지 밥상의 짜장면은 참 고소했었지
사람을 맞이 하는 일
여자의 화장 같아서
혼자 버거웠던 단장마다
참 많은 사람들이 거들었던 
진한 색조의 호들갑이었지

사십 중반 무렵이었지
반쯤 지켜 왔던 사람 살이
반을 찾아가는 나머지 삶이 흔들릴 때면
더러 취하고 비틀거려
홀로 걸어가지 못하는 혼미한 주소
지식 동규 상호는
비린내 풍기는 나의 억장을 부추기고
화난 아내의 빛바랜 색조에 
스크래치 내는 술 실신을 눕히고 갔었지

오십 너머 서고 있었지
해묵은 고마움의 표현을 생각하면
물질의 등식이 어색하다는 것을 
억지로 그렇다고 믿는 것은

지식 동규 상호
여전히 너희들은 아름답기 때문이고
여전히 아름다운 후배들이다

꼬물꼬물 거리는 그때의 표정들이
꼬들꼬들 말라 가며 응축되는 전언

너희들은 고마움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