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탁
작은 보름날
창 너머 기웃 들여다봐도
대문 틈 사위 슬쩍 엿보아도
달빛 소리 배어 나는 사람들 집구석
밥그릇은 오곡 꽃밥
갖가지 묵나물 가지가지 데치고 묻혀
없던 속 주린 마음까지 불러오던
사람 사는 저녁 한편이었다
포만의 꿈속에서 차오르는 달은
풍년을 잉태하며 허연 낯으로 둥글어져
그대로 대보름 달이 차 올랐다
아홉 나무 짐 하듯 부지런하라고
이 집 저 집 양푼에 채워 모은 찰밥
설 올렸던 곡주로 귀밝이 술 곁들이고
내 더위 사가라 내 더위 사가라 더위 팔면
한 낮 여기저기 세시놀이 시끌 거리고
연은 하늘 높이 하늘하늘 어지러웠다
까맣게 그슬려진 논틀로
봄바람은 농악 소리에 어깨 춤추며 오고
달집 허리 불 붙여져 얼굴 뜨거운
이른 어둠이 아이들 고무신에 밟혀 들고
달은 정월 보름달은 휘영청 밝았다
암줄 수줄 고리 땅을 차고 일어나 팽팽해지는
줄다리기는 당연 암줄 편 들은 분칠 한 달빛에
암줄 편이 이기고 비 많이 오고 풍년 들겠다
들녘은 별빛 기침 같은 불 깡통들이
빙빙 돌고 도는 쥐불놀이 밤 깊어지는데
두 손 모아 빌고 비는
어미의 달은 정월 대보름 달이었다
지금도 떠오르는 저 달이야
사뭇 설레는 우리의 바람인데
목메는 그리움 환히 비추며
그 시절처럼 밝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