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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03. 2016

부부싸움

김주탁


여자를 그리워하는 것은
사랑이 그리운 이유이다
그놈의 사랑이 뿔난 아내로 다가오면
다시 낯 모를 사랑이 그리워지겠지
남몰래 서로 지쳐 갈 때
거울 속 평면의 유리 세상에서
두 눈 서로 마주쳐 본 일 있는가
여자는 사랑의 은유 같은 것
사랑이라고 다 아름다워 가는 것도 아니다
그것도 논바닥 피 가려 뽑듯 가꾸는 사람일
사람의 본성은 아무것도 없는 백지
거기
분노와 기쁨 슬픔과 웃음, 욕망으로  판선 긋고
너 나 바둑알처럼 희고 검게 던져져
사랑하고 미워하며 뒤죽박죽 엉켜 버려
한 판 한 평생 거두어 내는 
그리하여
사랑을 알아 가는 일이
아내를 이해하는 직유가 되기에
시시 때때 부딪히며 하나 되는 표음 '부부'
싸움하며 사랑하며 세월로 깊어 가는 것이다
먼 여행길 같은 세월 지나 
사랑은 사랑을 벗고 사랑으로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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