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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호 Aug 03. 2016

저녁 식탁의 뚝배기 맛

김주탁


당신의 눈은 맑고 아름다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합니다
당신의 속삭임은 달콤해서
두 귀가 밀랍 되어 꿀로 차오릅니다
당신의 웃음은 청아한 새소리
온몸의 기가 막혀 버립니다
그러한 당신과 함께 잠들고 같이 깨어나고
한길 나란히 손잡고 가는 
그 사람이 너무 부럽습니다
나는 당신의 그 사람 
남편입니다
나의 눈빛이 모임과 여유로 누그러지면
연초 멀어진 승진 얘기가 흘러나옵니다
나의 변명 누에실처럼 나불대며 늘어지면
친구들 새 옷 귀금속 아파트 평수의 투덜들을
바가지 들이 대고 쓸어 담습니다
나의 무능 아닌 무능 술 취하여 비틀 거리면
월급 무게 흔들며 밑 정까지 정리 들어갑니다
그러한 당신과 함께 꿈꾸고 같이 눈 뜨고
더러는 등 돌리며 토라지는
그 사람이 가끔은 미워집니다
당신은 나의 그 사람
아내입니다

온종일 다른 시간 보내다가
서로 마주한 저녁 식탁
당신은 듣기 싫은 투정을 요구하여도
같은 음식 함께 먹고 같이 나누는
된장찌개 식탁에 정성스레 올려놓는
사랑스러운 뚝배기 같은 아내입니다
펄펄 넘칠 듯 넘치기도 하면서
식재들 부딪히며 어우러져
하나의 짙은 맛으로 끓어 깊어지는
뚝배기 된장찌개 내어 놓는 아내입니다
가스불 떠나서도 뽀글거리며 
온몸 닳아 오른 뚝배기 속 맛 가늠하며
숟가락 푹 담가 보는 본정의 행복
화해처럼 뜨겁고 시원한 한 숟가락
마술보다 진한 맛 물 넘칠 듯
푹 퍼 올려지는
저녁 식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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