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분을 고쳐야 해요”라고 말하는 대신
우리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주니어 개발자가 있다. 그와 함께 일하면서 나는 그가 내는 의견에 반문하는 일이 많았다. 그가 제안하는 아이디어가 종종 맥락을 벗어나거나 논리적으로 빈약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반대로 내가 낸 의견에 그가 합당한 이의를 제기하여 놀란 적이 있다. 그것도 지난날 내가 그에게 했던 질문과 아주 비슷한 수준으로. 그 순간, 그에게 피드백을 주었던 날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피드백이라는 게 꼭 한 사람만을 위한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디자인 업계에서는 피드백 과정이 종종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할 때가 있다. 디자인은 창의적인 특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작품에 대한 비판을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럴 때마다 디자인 결과물과 디자이너 자신을 구분하라는 조언을 되새기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인간은 본래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고 싶어하기도 하고, 비판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것은 꼭 피드백을 받는 이의 몫만은 아니다. 피드백을 제공하는 사람 또한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될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피드백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의 노고를 깎아내리지 않으려면, 생산적으로 피드백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피드백은 상대방이 자신의 작업을 개선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선, 작업의 목표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를 명확히 이해해야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의견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다. 그 다음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방법을 동원했는지 묻고, 그 결과로 무엇을 기대하는지 물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피드백 후 다시 작업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그가 다시 작업할 때 참고할 만한 점을 말해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한 디자이너가 첫 번째 시안을 내놓았을 때, 나는 몇 가지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이 부분을 고쳐야 해요”라고 말하는 대신 “이 디자인의 목표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을 수 있다. 그 디자이너가 “사용자에게 첫인상을 강하게 남기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렇다면 이 배너 이미지가 좀 더 눈에 띄는 색상으로 바뀌면 목표에 더 부합할 것 같아요”라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디자이너는 내가 왜 그런 피드백을 주었는지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작업을 목표에 맞추어 개선할 수 있다.
또한 피드백을 줄 때는 긍정적인 측면을 함께 언급하는 것이 좋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반응으로 오해할 수도 있고, 꼭 개선점에만 맞추어 피드백할 필요는 없다. 긍정적인 부분을 추가하면 보다 양질의 피드백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 부분은 정말 잘했어요. 특히 색상 선택이 훌륭하네요. 다만, 이 부분을 조금 수정하면 목표에 더 부합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았다는 기쁨과 함께 수정할 부분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다.
“최고의 복지는 동료”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사회에서 나는 한 명의 구성원이자 누군가의 환경”이라는 말에도 크게 동의했다.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다. 따라서 좋은 동료는 어딘가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료들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믿는다. 적절한 피드백을 주었을 때, 그가 훌륭한 동료로 성장하여 나에게 그 피드백을 되돌려준다면,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