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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 비둘기 Jan 12. 2018

그 날들

잔상 하나

글을 쓰겠다고

다른 필요들을 도려내던 날

글을 쓰려 아침 일찍 자리에 앉았으나

점심을 먹고도

커피를 마시고도

한 문장도 제대로 쓰이지 않으면

그제야 해야 했던 다른 일들이라도

해보려고 허둥대다가

이내 글이 마음에 체하여

다시 연필을 잡고 빈 종이를 보고 있노라면

달리 지금의 무력감을 표현할 말도 떠오르지 않아,

멍하니 울음을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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